窮釋子口稱貧 實是身貧道不貧 궁석자구칭빈 실시신빈도불빈
궁색한 부처님 제자 입으로는 가난하다 말하나
실로 몸은 가난해도 도는 가난하지 않음에랴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福)이 있고, 마음이 사라진 자는 도(道)가 있다.
마음이 가난한 것은 청빈(淸貧)이고 마음이 사라진 것은 두타(頭陀)다. 청빈은 재물을 마음의 평화로 전환시켜 스스로 안빈낙도를 누리는 반면, 두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어떤 복과 만족과 마음의 평화든 그 무엇도 누리는 자기존재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본래 자기 존재는 있고 없음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깨닫고 이것들을 담고 있는 마음과 현실을 남김없이 버리고 최소한으로 먹고 살면서 무념(無念)을 바탕으로 오로지 도(道)를 붙잡는 마음 하나만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청빈은 무(無)를 즐기고 두타는 공(空)을 즐긴다. 또한 청빈은 내세에 물질 복을 가져다주지만, 고행인욕이 미약하여 도(道)를 이루지는 못한다. 도(道)는 복(福)을 완성시켜 불변의 극락을 가져다주니 일체를 구족하며 완성된 존재이다.
많이 소유할수록 망심(妄心)만 더욱 커지므로 망심이 소유하는 것을 깨끗이 버리고 그 흔적마저 없애면, 소유를 통해 나를 지배하고 있던 망심이 떨어져나가 본래 내 것이란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무소유를 이루어 진여(眞如)를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즉, 몸을 가난하게 하여 마음을 가난하게 함으로써 도(道)를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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