貧卽身常被縷褐 道卽心臟無價珍 빈즉신상피루갈 도즉심장무가진
가난한 즉 몸에 항상 누더기를 걸치고
도를 얻은 즉 마음에 무가보를 감추었도다
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질적 가난부터 시작하고 가난을 배워야 한다. 가난을 배운다는 것은 1차적으로 물질적 욕망으로부터 자기의 마음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가난을 완전히 지배한 자, 곧 천국이 자기 것이다. 그래서 몸에 항상 누더기를 걸쳐도 행복하게 된다. 누더기가 더 이상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항상(常)’ 이라는 사실이다. 일시적으로 몸에 누더기를 걸치면 나중에 비단을 걸치고자 하는 욕망에 지게 된다. 몸에 항상 누더기를 걸쳐도 아무렇지도 않은 이런 상태가 도를 닦기 위해 미리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된다.
욕망이 많으면 자연히 번뇌망상이 많아지게 됨은 당연하다. 그래서 번뇌망상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욕망이 줄어들어야 하니 몸에 항상 누더기를 걸치고 다닌다는 것은 번뇌망상의 뿌리조차 소멸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자기의 청정심을 보여주기 위해 누더기를 걸친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탐욕이 된다.
정신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물질적 욕망보다 더 큰 탐욕인 것은 물질적 욕망을 가지지 않았는데도 정신적 욕망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화(禍)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물질적 욕망을 버리고 나서 생기는 정신적 욕망을 없애기 위해 한 발 앞으로 더 나아가려고 진심을 동원해 애써야 한다.
도를 얻으면 마음 속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가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는데, 이 보배는 이 세계 물건이 아니므로 값을 매길 수 없다. 그렇다고 저 세계 물건도 아니다. 바로 이 세계와 저 세계의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는 근본이며 나(我)와 우리라는 존재 이전의 물건이고 내 영혼 이전의 물건이다. 이를 무가보(無價寶)라 하는데, 이 무가보를 감추었으니 몸을 통해서는 드러나지 않고 몸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단지 누더기뿐이다. 일반인이 비단을 겉에 두르면 비단의 화려함에 내면이 가려지고 안으로는 그늘과 어둠이 더욱 짙어진다. 즉, 외형은 화려하나 내면은 빈약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가보의 보배를 얻게 되면, 비단이 아니라 황금으로 몸을 두르고 다녀도 아무 상관이 없게 되며, 이는 황금으로 몸을 두르고 다닐 자격이 하늘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그 어느 화려함도 무가진의 보배가 발하는 대광명에 비하면 태양 앞의 촛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유와 무소유의 상대성에서 벗어난 무소유(無所有)이니만큼 진정 자유롭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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