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행은 주중에 며칠간의 여유가 생겨 가을철 단풍산행겸 원정산행을 하고자 한강기맥중에 8구간인 먼드리재에서 775봉 구간을 앞당겨 하게 된 것이다.
오랫만에 강원도에서 가장 오지 중 하나인 홍천군 서석면과 내면에 위치한 산을 나홀로 산행을 하려하니 약간의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 더구나 며칠전 동갑내기 직장 동료가 서해안에서 바다낚시 중에 사고사를 당한 터라 중년나이에 들어서 이러한 야외활동에 대해 여간 조심스러워 지는 게 아니다.
또한 가족이나 주변의 만류도 있고 해서 이번 한강기맥을 끝으로 일단 나홀로 산행을 자제하고 뭔가 대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대안으로 야생화나 찍으러 다닐까?? 헐
상봉터미널에서 7시10분 홍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홍천까지 버스예정시간은 2시간20분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론 1시간 30여분만에 홍천에 도착을 하여 9시 45분행 홍천-서석행 버스를 타려하니 1시간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이 글을 보며 혹시라도 이쪽 지역에 산행 계획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상봉이나 동서울에서 6시 홍천행버스를 타면 8시에 서석행 버스를 타서 서석에서 먼드리재까지 8시40분 버스를 타면 9시부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으니 참고로 하길 바란다.
홍천에서 서석행 버스에 몸을 실으니 버스승객이 나까지 합쳐 모두 3명이어서 노선버스 운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는데 이러한 현상은 서석에서 횡성까지 다니는 지역 노선버스까지 이어졌다.
< 서석면내 >
서석에서 먼드리재 까지 약10여분 동안 버스 앞자리에 앉아 버스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이러한 것에 대해 질문을 하니 버스기사 하는 말이 요즘 농촌의 대중교통은 노인들의 병원행 진료차라는 것이다. 덧붙여서 농촌의 젊은층(아마도 40대 이하)은 대부분 자기 차를 가지고 있고 하다못해 자녀들 통학도 이러한 자가용으로 통학을 시키지만 자신들의 부모에 대해서는 제대로 돌보지 않는 현실에 대해 일종의 통탄을 하고 있었다.
이쪽 지역의 산행은 사실 90년 전후에 백두대간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 태백산맥을 종주할 때 대관령에서 황병산을 거쳐 오대산 줄기인 노인봉에서 동대산 두로봉을 거쳐 구룡령까지 우중 산행을 한 후 다리를 다쳐 도중 하산을 할 때 홍천군 내면 창촌지역을 내려와서 당시에 보았던 기억으로 오지중에 오지라는 기억을 아직까지 갖고 있었는데 16-17년이 지난 이젠 뭔가 생각을 달리 하여야 할 정도로 많은 것에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오전 11시경 고도 500여미터에 먼드리재를 뒤로하고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능선을 밟으니 초기산행이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서 편안한 산행길인 듯 하였으나 인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그리 편안한 산길은 아닌 듯 느껴진다.
그래도 심심치 않게 어쩌다가 한 두개씩 보이는 낡은 산행리본이 한편으론 괜한 환경오염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오늘은 나름대로 인간의 흔적이라 그런지 반가움이 앞서기도 한다.
일단 산행은 고도가 700여미터까진 완만하게 이어지더니 갑자기 솓구친 760봉 정도의 산봉우리를 올라서니 운무산 정상이 저 앞에 보이는 데 그 운무산까지 이어지는 솓구쳐 오른 암봉들이 ㄴ자로 능선을 이루어 괜시리 소심한 내 마음을 압도하는 듯 하다.
< 암봉에서 바라본 운무산 >
암릉길은 암봉을 최대한 가까이 붙여 지방 행정당국에서 사이사이 굵은 나이론 밧줄로 산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사실상 산길은 마른 낙엽에 수북히 덮여 그 나이론 줄 마져 없으면 길의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마른 낙엽은 왜 그리 미끄러운지 산행경력이 꽤 된다는 나로서도 마치 빙판길 걸음걸이 같이 한걸음 디딜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이러한 암릉길을 지나면서 이 산행에 대해 갑자기 " 낙엽에 숨겨진 운무산 암릉의 베일을 걷어내며..." 라는 코멘트가 떠 오른다.
마치 늦가을을 연상시키는 수북한 마른낙엽 속 암봉 스릴을 만끽하며 두어시간 오르니 860안부에 오른다. 이곳은 헬기장이 있어 지금까지 힘들게 올랐던 봉우리를 저멀리 넓게 펼쳐 볼 수 있었고, 운무산 치마바위 라는 암벽도 보인다. 그러나 주변 전망은 맑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가스가 차 있어 가시거리가 짧아 잘 보이질 않는다.
< 지나온 운무산 암릉능선 >
< 운무산 치마바위 >
다시 한동안 100여 미터 고도를 내려가다 다시 100여 미터를 올라 운무산 안부인 867봉에서 잠시쉬고 가파른 깔닥고갯길을 30여분 힘들게 오르니 운무산(980.3) 정상이다. 정상은 운무산을 가리키는 비석과 자세한 안내 지도가 설치되어 있어 초행길인 사람에겐 적잖게 도움이 될 듯 하다.
정상 조금 내려간 지점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한 후, 14시 30분 경 하산길에 들어서니 하산길 역시 가관이다. 과장되게 얘기하면 거의 7-80도 경사길에 마른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어 긴장의 끈을 풀기가 힘들다.
정상을 넘어 그런대로 기대했던 단풍은 생각보다 적었고 더구나 너무 메말라 있어 적잖게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인다.
일단 이곳 지명으로 송암이라는 곳에 올라 주변을 살피니 저멀리 구목령 넘어 주변 산군들이 가스에 의해희미하나마 넓게 보인다.
< 송암쪽에서 바라본 구목령쪽 능선들 >
다시 가파르게 한시간 정도를 내려서니 옛 고갯길이 나오고 횡성쪽으로 내려가는 황장곡이라는 곳을 이정표가 가리키는데 오늘 산행 종착지인 반대편 홍천쪽 삼년대는 가리키진 않는다.
다시 가파른 능선을 네발로 기다시피 올라 30여분만에 775봉을 넘어서니 삼년대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타나서 능선을 한동안 내려서니 710미터정도 고도에 지도에는 표기조차 되지않은 고갯길이 나타났다.
일단 능선길을 버리고 삼년대라고 표기된 쪽 계곡으로 내려서니 산길은 희미한 채 한동안 사람의 발길이 없었는 듯 하다. 그래도 사람의 발길 흔적을 찾아 약 10여분 내려갔는데 여름 장마등에 휩쓸린 듯 이젠 그나마 희미한 흔적조차 사라졌다.
한동안 이른바 무대뽀 산행을 하며 너덜과 잡목에 힙싸인 계곡을 내려오다 왼쪽 낙엽송쪽으로 느낌이 들어 잡목을 헤치고 들어서니 그런대로 희미한 산길이 나온다.
약 30여분 희미한 산길은 더욱 분명한 길로 바뀌면서 이곳 지역 지명인 삼년대라는 곳에 내려섰다. 이곳은 행정구역 상으론 홍천군 서석면 청량리 동두촌이란 곳으로 그야말로 청정지대 중 하나인 듯 하다.
글 초기에 이곳 지역의 변화에 대해 언급을 했지만 오지인 이곳에 멋있게 지은 펜션들이 즐비해서 처음엔 도시사람들이 지은 전원주택인가 생각했는데 이곳 지역사람들이 살고 있는 농촌주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농촌이 이렇게 까지 많이 변한 것에 대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은 일단 택시가 없다. 그리고 버스도 하루에 두어번 다닐 정도로 교통편이 여락하다. 약 30여분 길을 내려가다 서울에서 메모해 온 민박집에 전화를 하여 차량 서비스를 부탁한다.
서울에서 머나먼 여정을 지나온 오늘 저녁, 이러한 깨끗한 청정지대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피로를 한껏 풀 것을 예상해본다. 끝.
발자취 : 먼드리재 - 860봉 - 867봉 - 운무산- 옛고갯길 - 775봉 - 갈림길 - 삼년대
일 자 : 2006년 10월 15일 (일) 11시 - 17시 (6시간)
날 씨 : 맑으나 가스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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