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역에서 07시 13분행 기차를 타니 오늘따라 웬일인지 청량리에서 출발한 기차는 승객들이 자리를 거의 채운 듯 하다. 더구나 내가 앉을 좌석 앞뒤로는 50-60대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어딜가는지 용문역을 내릴 때까지 한시라도 조용할 기세가 없다.
시끌복잡한 기차가 용문역에 도착해 기차를 내리니 08시10분경이다.
용문버스터미널에서 비솔고개를 경유하는 석산행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08시50분이라 일단 아침식사를 해결하고자 근처 식당을 찾아 간단한 요기를 하고 08시 50분행 버스에 올라탔다.
아침 안개가 뿌옇게 쌓인 산세를 뚫고 버스가 비솔고개를 올라가자 정차버튼을 눌러 버스를 세우니 돌아올땐 여기에 버스를 세워줄 수가 없다는 버스기사의 퉁명스런 경고 말을 뒤로 하고 버스를 내렸다.
09시 30분경 능선 오를 길을 고갯마루 앞뒤로 오고가며 찾다가 고개너머쪽으로 약 20-30미터 내려가니 오를만한 골이 보인다. 일단 숲을 헤치고 골짜기를 들어서니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여 약 10여분 올라 능선에 올라서니 한강기맥의 능선길이 뚜렸이 나타났다.
낙엽이 수북히 싸인 완만한 산행길을 느긋하게 오르는 중에 그제서야 햇빛이 산안개를 걷어내며 아침햇살을 강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지도를 살펴보니 이번 구간은 오전 중에 피크점을 오르기 때문에 오전 몸 조절만 잘 한다면 생각보다 빨리 산행을 마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보며 658.1봉을 올랐다.
이쪽 지역은 많이 알려진 산이 없어서인지 산세가 대체로 숲속 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보였는데, 그러나 간간히 눈에 띄는 사람들의 거슬린 짓(?)들이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한다.
혹시라도 한강기맥을 하기위해 참고삼아 이 글을 보는 이들이 있다면 한가지 당부하는 바이다.
플라스틱 생수병, 막걸리병 심지어는 캔과 일회용 식품 용기 등을 이런 곳에 남기고 가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후에 누가 이것들을 치우겠는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한강기맥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라면 무엇인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자 시작했을텐데 이렇게 생각없는 짓을 해서야 되겠는가... 배낭 좋은 것 샀다고 자랑들 하지 말고 이러한 것을 배낭속에 소중히 담아가 그 배낭의 진가를 발휘해줬으면 한다.
일단 658.1봉을 내려서니 10시 30분경인데, 지도상에선 가까운 곳에 임도가 있다고 표시가 되었지만 아직 임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다시 이번 구간에 정점인 670봉 일명 송이재봉이란 곳을 오르기 시작했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이 산세마져 워낙 가파라서 오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가까스로 정상부위에 올라 능선을 타니 산 형태가 마치 남북으로 길게 세워진 칼날같은 형상이 양옆으로 경사가 심하여 지나는 길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일단 정상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며 고도계와 지도, 그리고 나침반을 꺼내 앞으로 갈 지역을 독도를 해본다. 뿌연 기상조건때문에 시야가 멀리까지 확보되지않아 중간지점인 밭배고개도 잘 보이진 않지만 일단 산은 400-500미터 정도의 고도를 유지하며 느긋한 산행이 예상된다.
670봉을 내려서니 가파른 내리막길이 마른 낙엽과 함께 오르막길 보다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러나 일단 이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산행길이 한결 편해진다.
산행 중에 양지바른 곳엔 마지막 늦가을을 빛내주는 용담이 간혹가다 눈에 띄여 외로운 산객의 마음을 들뜨게 하곤 했는데, 특히 이번 구간은 그럴듯한 경치가 없어서 풍경사진보단 용담을 비롯한 꽃 사진 몇장을 담아 집에 와서 모니터에 출력을 해보니 나도 모르게 ISO감도가 너무 높게 조정되어서 그나마 찍었던 사진 모두가 거칠은 노이즈로 범벅이 되어 삭제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건(?) 하나를 기록하게 되었다.
670봉을 내려서 한동안 북동쪽으로 진행하던 산길이 고도 570정도되는 봉우리에서 다시 남동쪽으로 틀어 느슨한 내리막 길이 진행되니까 멀지않은 곳에서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아마도 임도에서 오프로드를 즐기는 4륜 오토바이족들이 아닌가 예상했는데 1차선 포장도로인 밭배고개를 지나 능선을 따라 통골고개를 오르다 보니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임도를 타고 2륜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오프로드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부턴 많은 곳이 임도와 겹치는 산행 길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무섭게 달려오는 오토바이와 겹쳐 충돌사고에 조심해야 했다.
지도상에서 표기된 통골고개는 실제로는 임도3거리로 웬만한 4륜 자동차도 지나다닐 정도의 넓은 길이 닦여져 있었는데 아마도 산중 곳곳에 세워진 고압 철탑을 세울때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가 추측이 갔다.
13시경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한 후, 다시 산행을 시작하니 이곳에서 신당고개까지 고도 400미터 전후의 능선길이 대체로 임도와 나란히 하면서 산행이 진행되었는데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능선길은 곳곳에 키작은 나무와 잡초로 인하여 진행하는데 무던히 힘들게 하였다. 그나마 늦가을 산행이었으니 다행이었지 아마도 봄이나 여름산행이었다면 무성한 잡목들로 인하여 산행이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일단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하니 다시 조용한 산행길이 느슨하게 지속된다. 산행길이 워낙 지루해서 가끔가다 삼거리 능선이 나올때만 지도를 확인할 뿐 이렇다할 특이한 점이 없는 산행길이었다.
15시경 어느 정도 산행을 진행하니 멀지않은 곳에서 자동차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약 30여분 산줄기를 따라 봉우리에 오르니 산아래 넓은 차도와 고개를 오르내리는 자동차와 엔진소리가 들리고 차도옆에 휴게소가 조그맣게 내려다 보인다. 이곳에서 지도를 꺼내 독도를 해보니 지도상의 408.9봉 같았다.
다시 북쪽으로 약간 틀어진 능선을 따라 10여분 내려서다 능선을 버리고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서니 신당고개 절개지의 시멘트 구조물이 나타나고 홍천 휴게소가 음악소리와 함께 시야에 넓게 나타난다.
어렵사리 절개지를 내려서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를 위험스레 건너 홍천 휴게소에 들어서니 16시경. 생각보다 두어시간 일찍 산행을 마치니 혹시라도 산행이 늦어 야간 산행이 되지않을까 내심 조바심을 했는데 일단 산행을 일찍 마치게 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한동안 휴게소에서 노선버스를 기다리다 주유를 마치고 나온 승합차의 도움으로 홍천쪽 방향 양덕원근처까지 이동을 한 후, 양덕원에서 16시 35분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며 3구간을 마칠 수 있었다. 끝.
발자취 : 비솔고개 - 658.1봉 - 670봉(송이재봉) - 밭배고개 - 통골고개 - 408.9봉 - 신당고개
일 자 : 2006년 10월 28일 (토) 9시30분 - 16시 (6시간 30분)
날 씨 : 맑으나 가스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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