但自懷中解垢衣 誰能向外誇精進 단자회중해구의 수능향외과정진
단지 스스로 마음의 때 묻은 옷 벗을 뿐 뉘라서 밖으로 정진을 자랑할 것인가
마음(心)과 때(垢)가 다르고, 또 옷이 있어 그 옷을 내 육신이 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때고, 옷 자체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덧붙이면, 때 묻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육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영혼까지 중생계에 머무르게 하는 일체의 의식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특히, 때 묻은 옷은 더러움과 깨끗함으로 자기 안팎의 경계를 나누거나 이어주는 분별망상 덩어리이니 불구부정(不垢不淨)인 대도의 본체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옷을 벗는다고 함은 분별망상을 가지기 이전의 온전한 나 자신으로 돌아감이고, 안팎의 경계가 서로 통하여 걸림이 없이 되었음이다.
옷은 스스로 은밀하게 벗을 뿐이다. 누군가 옷을 깨끗이 빨아주고 다려줄 수는 있지만, 깨끗함과 더러움을 떠나 옷 자체는 스스로가 벗는 것이다. 옷을 벗고 안 벗고는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자유에 속하는 최종 사항이므로 외부의 간섭이나 강제가 돼서는 안 되는 법이다. 최상승(最上乘)은 바로 스스로가 옷을 단번에 벗어던져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망심을 버리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당연스러운 일이며, 도를 닦고 공부했다는 등의 경력을 내세우고 자랑하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가 지저분한 인간임을 드러내는 꼴밖에 되지 않기에 분별망상은 더욱 커져가는 것이다. 그것은 공부와 수행 경력이란 한낱 인위적인 때(垢)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정진한 흔적조차 없애야 되는 법이다. 그래야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되고 대도에 합치되는 것이다. 또한 대도(大道)는 스스로를 절대 드러내지 않으니 아무도 모르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가 천지(天地)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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