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士一決一切了 中下多聞多不信 상사일결일체료 중하다문다불신
상근기는 한 번 결단하여 일체를 깨닫고, 중/하근기는 많이 들을수록 더욱 믿지 않도다.
본래는 상/중/하 근기가 정해져 나누어 진 것이 아니라, 분별취사심을 가지고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애쓰며 소유하다 보면 중/하근기자가 되는 것이고, 그러한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하게 지내면서 기나긴 시간동안 참기 힘든 고행인욕을 치러서 큰 힘과 지혜가 키워진다면 상근기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삶의 고행인욕을 잘 이끌어나간다면 예외 없이 상근기자가 된다.
그리고 중/하근기자일수록 머리로 받아들이고 생각하려는 습성에 젖게 되는데, 진리는 생각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므로 진리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하다보면 믿음이 적어지고 무의식적으로 경계심과 의심이 많아지면서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되지 않아 깨달음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며, 그렇다고 무조건 맹목적으로 믿는 것도 중/하근기자들의 우둔한 행태일 뿐이다. 그런데 반해 상근기자는 진리를 머리와 더불어 온 몸으로 받아들여 한 번에 결단을 내려서 깨칠 수 있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대다수의 중/하근기자는 온몸으로 고행인욕을 해서 정신력을 키우고 욕망과 번뇌망상을 닦아 껍데기를 벗겨서 내면의 상근기 성품을 끄집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하근기자들은 불법을 가르쳐도 업장에 사로잡혀 스스로 마음을 바꾸지 못하여 살아 있거나 죽었거나 여전히 힘들어 한다. 따라서 진정한 불법이란 중/하근기자를 구제하는 것으로 성인은 그러한 중/하근기자의 업장에 직접 파고들어 해소해주면서 신과 법을 느끼게 하고 바른 가르침과 힘과 지혜로 인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생에 공부를 바르게 했던 불자가 환생하여 자기 몸을 다하여 중생의 업장과 부딪치며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것도 좋다. 그러나 본인만 깨달았다고 자기만 편안하려 한다면 이것은 단순히 깨달은 인간일 뿐이지 부처는 아닌 것이다. 유마경에서 일체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그런데 중/하근기자를 구제한다고 법문을 읊어대며 자기 과시를 하거나 종교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진정한 자비는 그들의 업장을 직접 해소해주고 자유를 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며, 이것이 진정한 부처가 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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