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내전을 무대로 한 영화로 라이베리아의 역사는 미국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라이베리아는 국가 건국 자체가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의 안식처로서 미국의 도움을 받아 서부 아프리카에 1822년에 건국되었는데, 자유(liberty)를 얻은 미국의 노예들은 조상의 고향 땅인 아프리카에서 자유의 나라(Liberia)를 꿈꾸며, 당시 미국 대통령 <제임스 먼로>의 도움으로 국가를 건국하였는데, 그 라이베리아의 수도가 <먼로비아>인 것은 그의 이름과 연관이 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유로 인하여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19세기 후반에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로 나뉘어 찢겨질 때도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여 이디오피아, 남아공화국과 더불어 아프리카에서 독립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라이베리아가 1980년에 이르러 쿠데타를 겪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물론 이전의 통치자들도 거의 모두가 10~30년씩 장기집권을 하며 부패행위를 일삼았지만, 1980년 당시의 정권은 사상 최악의 독재체제로 장기집권을 하며 국가를 사유화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 대통령은 보수 강경파의 레이건 정권이었고, 라이베리아는 미국을 위한 반공 전진 기지로서 유용하다고 인식하고 부패된 라이베리아 정권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런데 문제는 그 당시 라이베리아 집권자는 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국가 기간시설 건설에 쓰기보다는 군사비로 지출을 하였고, 그러한 군은 독재자를 위한 도구로 더욱 활용되어 반대파 탄압과 통제체제 구축에 이용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반대 급부로 라이베리아 정부는 미국에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였는데, 라이베리아 내 항만과 공항을 미군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중동권을 상대로 한 <미국의 소리 방송>의 중계기지도 설치를 허가했습니다.
부패된 정권은 1985년 총선에서 엄청난 조작과 부정선거를 통해 다시 집권을 하였지만, 미국의 승인을 받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외세를 등에 업은 폭압체제는 결국 내전으로 파국을 맞게 되고, 89년에 시작된 내전은 이후 장장 14년간을 끌며 무수한 희생자를 내었습니다. 이 때 정부군에 반하여 내전을 일으킨 반군의 잔학상도 ‘원조’ 라이베리아 부패 권력에 결코 뒤지지 않았고, 민간인 살해, 약탈, 폭력은 물론 여성들에 대한 조직적 강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힘없는 사람들 즉, 민간인, 여성, 어린이들이었지만, 라이베리아의 사정은 특히 처참하였습니다. 1백만 명 가량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모두 전투의 진행에 따라 이웃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를 전전하며 피난을 가긴했지만, 양국 모두가 내전 중이니만큼 정착할만한 곳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국제단체의 구호물자는 무장집단에 의해 약탈당하는 통에 제대로 된 지원이 되지 않았고, 정부군이고 반군이고 할 것 없이 자기 측에 가담하지 않는 사람은 부역자로 몰아 살해하였으며, 갓 10살이 된 어린이까지 징집해 무기를 쥐어주고 전선에 투입하기도 하였습니다. 민간인에 대한 강간은 물론, 젊은 여성 내지는 소녀들을 납치하여 성노예로 끌고 다니는 실정이 비일비재 하며, 이런 식으로 내전에 투입된 청소년들이 유니세프 추산으로 전체 청소년 인구의 10%에 이르렀다합니다. 특히 반군들은 유엔군의 배치를 앞두고 마지막 기회라며 대대적인 약탈과 징병, 살해, 강간 등을 자행하였습니다. 여기에는 고문과 납치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실제 상황을 설정해서 만든 영화는 '국경없는 의사회'를 바탕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영화 속에서 '국경없는 의사회'의 창설자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여의사 렌(샤를리즈 테론 역)은 책임자로서 내전의 현장에서 활동 중인 의료팀을 방문하면서 그곳에서 스페인 출신 의사 미구엘(하비에르 바르뎀 역)과 만나게 됩니다.
그러던 중에 현지 내전 상황이 급변하게 악화되면서 의료팀은 긴급히 인근 시에라리온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이동하는 도중에 반군을 만나 차량을 빼앗기고 도보로 이동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임산부의 출산을 돕게 됩니다. 갓 아이를 낳은 여인과 신생아까지 함께 위기를 헤쳐가면서 마침내 난민캠프에 도착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렌과 미구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이후 영화는 끔찍한 아프리카의 내전 상황을 영상을 통해 사실감있게 재현을 하는데, 사람을 죽이고 내장을 꺼내서 통제선을 만든다거나, 인간방패로 사용된 소년들의 시체더미, 아버지를 죽이도록 강요하는 반군들의 모습은 과히 충격적인 모습으로 영화 속에서 사실감 있게 표현하다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처참함과 비통함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이러한 광경에 맞딱뜨린 렌은 회의를 느끼고 미구엘을 떠나 귀국하고 맙니다.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렌을 찾아온 미구엘과 재회한 렌은 그와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긴 하지만, 미구엘이 겪는 아프리카 내전 현장과는 연관을 갖기 힘든 렌의 <국경없는 의사회의> 기금모금 행사장의 분위기는 둘이서 서로 사랑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택한 길이 다름을 깨닫게 된다는 결론으로 영화는 끝을 맺게 됩니다.
영화는 아프리카 내전의 참상 속에서 현지 내전 상황과는 단절된 외부인이 겪는 피상적인 참상과 그 속에서 자신들만의 낭만적인 사랑을 강조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비평가들에게 엄청 비난을 받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컸던 칸 영화제 출품작이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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