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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활동/등산

아들과 함께 천마산 산행

by 우둥불 2006. 8. 28.

발자취 : 오남저수지(숫돌모루)-413봉-철마천마 갈림길-과라리고개-678봉-배랭이고개-천마산-마치고개

일   자 : 2006년 8월 26일 (토)  10시 30분 - 18시 (9시간 30분)

날   씨 : 산행하기에 약간 더움

인   원 : 2명(아들과 함께)

 

산행계획을 세우며 지도를 살펴보니 오남리 산행시작점이 숫돌모루라 표기가 되었기에 지명유래를 살펴보니 이 지역은 옛부터 낫을 가는 숫돌이 많이 나오는 마을이라 해서 '숫돌모루', 또는 '숫돌머리'라 전해 왔다고 하는데 또 다른 얘기는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돌아 내려온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산행 시작점은 숫돌모루라 불리는 오남저수지 뚝을 쌓아놓은 왼쪽 끝지점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낮은 구릉지대라 거칠게 산을 오르지 않아 편안하게 오르는가 했더니, 아들녀석은 오랫만에 아빠를 따라와서인지 처음부터 연실 '힘들다'를 연발하더니 10여분 오른 지점부터 배고프다고 몇 줄 가지고 온 김밥을 벌써 먹기 시작한다.

 

적당히 김밥을 먹이고 거의 반시간만에 산봉우리에 올라 나침반과 지도를 가지고 독도를 해보니 산행중 첫봉우리인 413봉에 도달한 것 같다. 이 산행을 계속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이쪽 산들은 나무들이 워낙 많아서 주변을 제대로 조망을 할 지점이 없다는 것이 불편하였다. 반면에 더운 날씨 속에서도 계속 나무그늘로이어지는 산길이 햇볕을 가려줘서 그나마 더운 산행을 덜 힘들게 해주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한시간쯤 산행을 진행하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을 만나 산행에 대해 물어보니 철마산쪽에서 오는 듯 하였다. 조금 더 산행을 진행하니 철마산과 천마산 갈림길인 삼거리가 나타났다. 철마산은 이곳에서 기껏해야 500여미터 오르면 되는 지점인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한 등산객이 자신은 철마산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 올 예정이라면서 인사를 하곤 사라진다.

 

우린 천마산길중 첫번째 목적지인 과라리 고개를 향한다. 산행길은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사뭇 다르게 산길이 비좁고 나무와 풀잎들이 많아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우리 부자를 피곤하게 한다. 하지만 산행이 고도 500여미터 내외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산행길이라 지금까지 힘들다고 엄살을 부리던 아이가 잠시 불평을 멈추고 곧잘 따라오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산행시작 후 두어시간만에 과라리 고개에 도달했다. 아마도 이 고개는 옛부터 오남리와 수동리를 오가는 샛고갯길로 지금도 동네사람들이 이용하는 듯 산길치곤 사람이 오간듯한 흔적이 뚜렸이 보이는데 혹시 후에  행정당국에 의해 도로라도 뚫리지 않을까 짐작을 해본다.  

 

이제까진 산행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속 이어왔는데 이후로는 마치 육상 경기장 400미터 트랙 모퉁이를 돌듯이 산행길이 남쪽으로 서서히 틀어지면서 천마산 산행길이 정남방향을 향하게 되면서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산행이 조금씩 힘들어 진다.

 

산등성이를 가파르게 올라 잠시 느슨한 산행이 이어지더니 과라리고개에서 천마산 가는 길에 첫번째 봉우리인 678봉에 오른다.  이곳에서 삼거리 산길이 나타나는데 가는길 왼쪽으론 광대울 고개라는 곳을 지나 수동리를 향하는 길이고 오른쪽 길이 천마산을 향하는 길이다.

 

두 부자가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지리한 산행을 하는 중에 상대편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바라보니 어느 남녀가 천마산쪽에서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다가 여자 분이 아들녀석에게 사탕과 몇개의 간식거리를 나눠준다. 마침 산행중에 미처 간식을 준비 못한 나로서는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오남리로 향한다는 두 남녀와 밝게 인사를 주고받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다시 힘들게 626봉을 넘어서니 지도상 지명인 배랭이고개란 곳에 도달했다. 이곳은 천마산에 오르기 전 안부로서 예전에는 남양주쪽 팔현리와 화도쪽 가곡리를 연결하는 산고갯길이였던 모양인데 지금은 사용되지 않은 길인지 과라리 고개같이 길이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다.  

 

힘들어하는 아이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천마산 봉우리를 향해 거친 오르막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산길이 좁고 가파라서 아이가 혹시 실족이라도 할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약 30여분 오르니 정상부위인데 약 15년만에 오른 천마산 정상부근을 와보니 기억했던 것보다 정상부위가 무척 가파르고 위험해 보였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상은 오른쪽으로 약간 틀어서 암릉길을 오르내려야 가능했는데 마치 도봉산 포대능선같은 암릉길에 도봉산같은 쇠줄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설치된 밧줄도 무용지물에 가까워 초등학교 6년생 아이를 데리고 약 15분간의 사투를 버티다 정상에 오르니 아이는 물론 나도 완전히 기진맥진해졌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경,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여유롭게 쉴 시간도 없는데다 물마져 거의 떨어진 상태에서 마치고개까지 내려갈 시간을 지도를 보며 추정해 보니 빨라야 1시간 30분정도가 걸릴 것 같은데 최소 오후 6시전에는 떨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정상부위를 내려서니 내려가는 길이 화도읍쪽 천마산 관리사무소길과 호평리 상명대 생활관쪽 그리고 마치고개길 이렇게 세갈래 길로 갈라지는데 그중 마치고개길이 가장 경사도가 깊은 내리막길인데다가 사람들이 잘 찾지않는 길이라 길 상태도 가장 거칠다.  가득이나 지친 아이를 데리고 아직도 두어시간을 내려갈 생각을 하니 어떤 판단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부자는 계획했던대로 마치고개를 향한다.

 

40여분을 긴장을 하며 아주 어렵게 아이를 데리고 5-60도 경사진 길을 내려서니 조금 한숨을 내쉴만 하다. 아이가 힘들어 하면 조금씩 휴식을 시키며 그나마 남겨진 얼음물은 아이에게만 조금씩 마시게 해야만 끝까지 갈것만 같았다.     

 

지리한 마치고개를 향하는 길은 나도 힘들고 아이는 더욱 힘들어 한다. 가는 도중 조금이라도 오르막길이 나오면 아들녀석은 칭얼대더니 결국 시간 반을 걷더니 이젠 무릎이 아퍼서 더 이상 못걷겠다고 한다.

 

아들 배낭을 한쪽 손에 들고 살살 달래가며 10여분 마지막 오르막길을 올라 지도을 살펴보니 403봉인듯하다. 호평리 주민인듯한 한 여자분을 만나 이곳 산행길을 자세히 물어보고 다시 힘을 내어 마치고개를 향하는데 왼쪽으로 스키장이 나타난다.

 

서울쪽 하늘에선 우르릉대며 천둥번개가 치는듯 한데 조금있으면 이곳에서도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질 듯 습한 바람이 계속 불어댄다. 마치고개나 터널을 지나는 자동차소리는 가깝게 들리는데도 아무리 힘들게 발길을 뻗어 내려가도 차도가 나타나지 않자 아이가 다시한번 칭얼댄다.

 

헬기장을 지나 계단을 내려서니 결국 마치고개 차도가 나타난다. 나는 아들녀석이 너무 대견스러워 아이를 껴안고 등언저리를 두들겨주며 정말 장하다는 말을 몇번이고 반복했다.

 

생각보다 마치고개로 자동차가 많이 다녀 안전상 차도를 벗어나 밭길을 따라내려가 동네길로 내려섰다. 아이가 제일 먹고 싶다는 삽겹살을 먹기 위해 가까운 음식점을 들어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지는데 마음이 너무 후련해지는 것 같다.

 

아들녀석은 얼마나 배를 곯았는지 삽겹살에 공기밥을 두그릇 반이나 먹고 물러선다..... 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