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 마치고개 - 백봉 - 수리넘어 고개 - 고래산 갈림길 - 먹치고개 - 갑산 - 새재고개
일 자 : 2006년 9월 9일 (토) 10시 - 18시 (10시간)
날 씨 : 비오고 약간 추음
아침에 게스름 눈을 뜨니 벌써 아침 8시이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니 생각치도 않은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지난 밤 새벽 2시까지만 해도 비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느닷없이 내리는 비에 개운치 않은 몸상태가 산행계획에 대해 조금 갈등이 생기게 한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고 배낭을 꾸리고 집을 나서 산행시작점인 마치고개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경.
시계형 고도계가 워낙 고가라서 아날로그 수동식 고도계 - 이것도 스웨덴 SILVA 제품 - 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여 일단 마치고개에서 지도 등고선에 맞춰 고도를 220m에 맞춘다.
이번엔 확실하게 준비한 우산을 받쳐들고 올 듯, 안 올 듯한 비를 맞으며 마치고개에서 백봉을 오르는데, 비교적 등산로가 뚜렷해서 산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뵌다. 산행로 중간중간에 쉴 수있게 통나무로 만들어 놓은 벤취가 있으나 물에 젖어 앉기는 그렇고 해서 배낭만 내려놓고 숨 좀 돌렸다가 산등성이를 오르니 가는 길 왼쪽으로 골프장이 넓게 펼쳐 보인다.
조금 더 올라 산마루인 듯한 봉우리를 오르니 산 한쪽면이 완전 절개된 흉한 모습에 서울 스키장 리프트시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정면으로는 암봉이 보이는데 왼쪽 등산로로 우회를 하니 백봉을 향하는 능선이 나타난다.
얼마정도 좁은 산길을 오르니 갈림길과 동시에 이정표가 나타나고 백봉산이란 푯말이 눈에 띈다.
갈림길은 금곡과 평내방향(서쪽)에서 오르는 길과 마치고개(북쪽) 그리고 내가 가야하는 길 묘적사(남동쪽)쪽 길이 뚜렷하다. 일단 고도계를 놓고 고도 590m를 확인하고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방향을 잡는다.
묘적사쪽으로 방향을 잡고 산을 내려서기 시작해 얼마를 내려서니 고압선 철탑이 있는 봉우리에 도달하였는데 비오는 와중에 배낭을 내리기 귀찮아 지도를 확인하지 않고 어설픈 기억력과 차량 소리에 그대로 전진을 하였더니 가야할 등산로와 다른 방향인 묘적사 계곡으로 빠져 버렸다.
묘적사 계곡에서 406봉까지 되돌아 온 약 50분을 지체하니 벌써 낮 12시.
오늘의 목적지인 갑산너머 새재고개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일단 406봉에서 가는 길 왼쪽으로 틀으니 지도상 다음 봉우리인 339봉을 향한 길이 나타난다. 30여분 진행을 하여 339봉에 도달하니 산봉우리를 인위적으로 다듬고 그 위에 통나무로 어설프게 만든 정자가 나를 반긴다.
일단 비가 오는 와중에 비를 피해 점심을 먹을 장소로 적당한 이곳에 배낭을 풀려고하니 오늘 산행에서 처음 만나는 동네사람인 듯한 여자 분을 만나 인사를 건넸다.
오후 1시경 짐을 챙기고 이곳에서 수리넘어 고개까지 산행거리와 시간을 예측하고 앞서 동네 여자분이 내려간 넓은 등산로를 생각없이 따라 30여분 내려가 나침반과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길의 방향이 남서쪽을 향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동쪽을 향한다.
적당한 능선에서 기존 등산로를 무시하고 남쪽을 향하려 방향을 틀어 능선을 따라 10여분을 내려가니 사람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되돌아 올라서 기존 등산로를 따라 20여분 내려가는데 등산로는 목적했던 방향 반대편으로만 계속 향한다.
비가오는 흐린 날씨에 시야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독도는 할 수가 없으니 좀처럼 답답하다.
이럴 때는 무조건 시작점을 다시 올라야 하는 데 전체적으로 눅눅한 상태에서 마음이 그것을 전혀 허락하지않는다. 일단 조금 전에 인적이 사라진 능선길로 다시 내려서기로 결정하고 숲을 헤치고 15분 정도 내려서니 완전히 숲으로 차단되어 그나마 내려갈 틈이 없다.
난감하고 당황스럽지만 일단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지도, 나침반, 고도계를 놓고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고 현재의 위치를 판단을 해본다. 일단, 점심식사 후 진행하였던 기존 등산로가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하고, 지도상에서 현재위치를 추정하고 가야할 방향으로 일직선을 그어 나침반 방향을 따라 일종의 무대뽀 등반을 시작한다.
일직선을 향해 가시밭 숲길을 지나 계곡을 건너고 가파른 능선과 암봉을 넘어 저편 능선을 향해 얼마를 힘겹게 오르니 반갑게도 등산로가 나타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몸상태를 살펴보니 숲을 지나오면서 온 몸이 젖을대로 젖어서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꼴이다.
일단 몸과 마음을 추슬이고 산행을 시작하여 철탑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바로 아래가 수리넘어 고개이다. 고개마루에 내려서서 지도를 펼쳐 헷갈리게 했던 등산로를 살펴보니 그곳으로 진행을 계속하면 마석쪽으로 향하는 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 30분.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12시 30분에 떨어졌어야 할 지점이 묘적사계곡에서 50여분, 339봉에서 1시간을 지체하였으니 점점 오늘의 목적지가 아득해 보인다.
다시 지도를 놓고 고래산 옆구리를 넘어 먹치고개까지 거리를 점검하고 다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일단 이 지역도 유명한 산이 아니기에 산길의 윤곽이 확실하지 않다. 그러기에 각 봉우리와 갈림길에서 방향설정을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빽빽한 풀숲으로 둘러싸인 320봉을 넘어서 내리막길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지도를 확인하고 일단 왼쪽 가파른 방향으로 틀어 내려섰다. 다시 전면에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넘어서니 지도에도 표시되지않은 골프장이 나타난다.
일단 산과 산을 이어주는 골프장 정원수 길을 지나 고래산 줄기에 붙으려 하니 워낙 가파른 길에다가 오르는 산길조차 없어 아주 난감하다. 그리고 그동안 뜸하게 내리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데 안갖힘을 쓰면서 두팔 두다리를 가지고 풀숲을 잡아가며 겨우 산등성이에 올라 붙었다.
지도상에서 등고선이 워낙 좁아서 이곳이 깔닥고개라는 추정을 했지만 각도가 5-60도 정도 가파르게 오르는 오르막길이 가득이나 지친 몸과 마음에 비까지 세차게 내려부어 더욱 힘들게 한다. 고래산 정상 못미쳐 갈림길(500m)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먹치고개로 내려서는데 긴팔 긴바지를 입었는데도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추위가 느껴진다. 오늘 산행은 먹치고개에서 멈추어야 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여유를 부리며 먹치고개에 내려서니 갑자기 해가 삐긋이 나오면서 햇살을 비추기 시작한다.
고갯마루에서 출출해진 속을 달래려고 간식을 꺼내 먹으면서 시간을 보니 오후4시50분.
비만 오지 않는다면 갑산을 넘어 새재고개까지 1시간 정도면 될 것같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산등성이를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갑산은 고래산만큼은 가파르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제법 가파른 곳을 만나게 된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니 산길은 그다지 험하지는 않았으나 산 형태가 마치 칼날의 양날같이 양쪽으로만 몹시 가파른 모양이다. 정상은 지도상에선 546m로 고래산 532m보다 높은 것으로 표기되었지만 고도계를 꺼내보니 530m정도로 나타난다.
일단 내리막길을 내려서 바삐 내려서니 허스름한 이정표가 나타나고 약 10여분 가파르게 내려서니 산불방지초소가 보이고 곧바로 새재고개이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물에 젖은 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새재하늘은 언제 비가왔냐는 듯이 저녁 햇살의 마지막 하루를 빛내면서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도 일단 목표했던 곳을 도달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새재고개를 내려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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