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 올랐다. 다음 홀드에 왼손을 버팅기며 올라서야 하는 데 이미 두손과 한쪽 발을 한 곳에 모아야 하는 여기서 힘이 거의 빠져 버렸다.
결국 몇번에 버팀끝에 확보자가 로프를 끌어주는 도움을 받고 젖먹던 힘까지 발휘해서 결국 간신히 홀드를 잡고 올랐으나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린다.
이번엔 오른손을 최대한 길게 뻗어서 잡아야 하는 구간. 아무리 손을 쭉 뻗어 홀드를 잡으려 해도 도대체 손과 손가락에 홀드를 잡을 만한 힘이 없다.
이렇게 무력할 수가...
암벽교육산행의 하루가 지난 어제 나는 다시 암벽산행 생각하며 15여년전에 도봉산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시절을 생각하였다.
당시로는 릿지라는 개념도 모르고 단지 로프없이 일반 등산화를 신고 이곳저곳 바위 틈새를 잡고 5미터에서 10-20여미터 정도의 짧은 바위길을 다니며 묘한 매력을 느꼈던 시절이었다.
15여년이 지나 다시 도봉산을 다니며 그곳이 냉골이고 미륵봉이며 칼바위능선과 우이암능선이라는 곳을 알았다.
그때에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선인봉을 오르는 바위꾼들은 학교동아리나 선후배관계가 엄격한 20대의 특정모임 위주로 이루어졌고, 실제로 막내동생이 모대학교 산악부에서 입대전까지 암벽반에서 활동을 하면서 인수봉과 선인봉을 오르는 모습을 보며, 당시 일반인이었던 나로서는 암벽에 대해 정보를 갖거나 접근하기가 힘이들어 경원(敬遠)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이제 시간이 흘러 주변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진 나이가 되어 다시 찾은 산은 그때에 산과는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도봉산을 비롯한 북한산에 많은 곳에 등산로가 새로 생기며 스릴있는 새로운 릿지등반로가 생겨났고 특히 산을 다니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70-80년대의 젊은층이 그대로 20-30년후에 젊은(?) 장년층이 되어 그 산들을 차치하고 있었다.
그러한 산이 다시 찾은 내게 있어선 반가운 존재였지만 한편으론 너무도 벅찬 존재였다. 예전에 마음과 현재에 몸이 일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가움과 부담감이 모순되게 마음속에 와닿을때 그 괴리감은 난감 그 자체였다.
나는 확보없이 10여미터를 추락하는 등반사고도 경험했었다. 자주다니던 구간에서의 사고였으니 무리한 등정은 아니었고 지금 다시 이것저것 자료를 보며 생각해보니 삼지법의 결핍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다행히도 길쭉했던 배낭이 머리를 보호해준 덕에 추락하면서 얼굴 앞면만이 나무가지에 글켜 많은 피는 흘렸지만 한쪽 코뼈만이 약간 삐트러진채 멀쩡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이러한 산행이 기억속에 남아있어 다시 찾은 산은 나를 더욱 부담시켰던 것 같다.
내가 암벽을 찾은 이유가 바로 이러한 괴리감을 벗어나고 싶어서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덧붙여서 어설프게 알았던 바위타기를 좀 더 알고 싶어서 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점이 암벽교육을 받으면서 확실해지면서 이러한 해결책에 대해 조금씩 성공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고 더 많은 경험을 쌓게되면 내가 그전에 하지 못한 산행을 해야 겠다는 목표도 가져본다.
나는 지금의 아내를 설악산에서 만났다.
당시 설악산을 너무 좋아해서 한계리를 들어서 설악의 준봉들을 바라보면 마치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설레임으로 가득차서 실제로 별도의 연인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설악이 당시 노총각이던 내가 부담스러웠던지 나를 떼어 놓으려 내게 한쪽을 찾아 주었다. 그리고 설악을 자주 찾지않게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이젠 다시 설악을 자주 찾고 싶다. 특히 설악골을 자주 찾아 그 전에 오르지 못했던 많은 봉우리를 올라보고 봉우리마다 다를 것 같은 맛도 실제 맛보며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이야기만 들어왔던 바위꾼의 영원한 연인의 길로 만든 송준호의 '석주길'도 한번 들러보고 싶고 그가 최초로 개척한 범봉릿지도 한번 올라보고 싶다.
세월이 더 지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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