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 광덕고개-백운산-도마치봉-신로봉-국망봉-휴향림
시 간 : 2005. 3. 12(토) 10:00 ~ 19:00
날 씨 : 맑음, 바람 조금, 영하10도 정도인 원 : 12명
엊그제 오른 산행때문인가 이틀이 지난 오후인데도 피곤함을 느낀다.
하긴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도 평상시 잠을 깨는 6시에 좀처럼 일어나기가 싫었으니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산행을 한 후 하루가 지난 어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그곳이 첫 산행이 아니었음을 어설프게 생각을 해내었다. 아주 오래전에 일이라 산행중에도 확실한 생각을 못한 듯 한데 하루가 지난 어제 이것저것 들쳐보니 산행중이던 사진 몇장이 눈에 띄었다.
광덕고개는 일명 카라멜고개라고도 한다. 6.25때 미군장성을 태운 짚차 운전병이 피곤때문에 졸음운전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성이 카라멜을 하나씩 주며 졸음을 쫒아내며 고개를 넘었다해서 카라멜고개라 불리었는데 이제는 그 이름도 6.25와 함께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뵈는 광덕고개 산마루는 능선을 오르는 철계단마져 낡은 모습이 그 옛날이나 변함이 없어 한편으론 반갑기도 하였다.
능선에 올라서니 3월 중순에 마지막 추위를 다하려는 듯 쌀쌀한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오랫만에 두텁게 입은 덧옷은 걷기가 불편하였고 배낭은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몸에 열이 오르면 한결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능선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둔턱한 둥지에서 시작한 능선은 곧바로 백운산에 올라 휴식과 함께 간단한 요기를 하였다.
주변을 돌아보니 북쪽으론 광덕산과 동쪽에 화학산, 서쪽에는 명성산이 그 명성을 발휘하며 우뚝이 솓아있었다. 남쪽으론 우리가 오늘 가야할 곳인 국망봉이 저멀리 보인다.
내가 올라선 능선은 동서를 가르며 북에서 남으로 곧게 내리 뻗는 가로막이 같아 산행을 진행하면서 목표물에 가까워짐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조망을 가진 것이 장점이었지만 한편으론 잡힐 듯한 목표물에 생각보다 가까이 못해 더욱 힘이 들어하는 단점도 있었다.
오후2시경에 가까스로 오른 도마치봉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과 같이한 반주때문인지 아니면 간밤에 설친 잠때문인지 자꾸만 몰려오는 피곤함은 마침내 나의 산행속도를 조절 하기에 이르렀다.
앞서나간 내 발걸음은 오르막이 심할수록 더욱 거칠게 오르려 노력했다. 온도변화가 심하지 않은 내 몸뚱이에 땀을 내기 위해선 별수없이 이런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신로봉에 오르기전에 상대편에서 홀로 오는 객을 만나 잠시 인사를 건네니 강씨봉부터 시작했는데 광덕고개까지 해질무렵까지 갈지를 걱정하였는데 반대편쪽으로는 대체로 내리막 길이라 능히 갈 수 있을거라 대답을 해주니 안심하는 듯하였다.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에 멈춰서 주변 산지형에 비해 특이한 형태를 갖춘 가리산 능선을 바라보며 많은 산꾼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마디씩이라도 했을 그 지형을 보며 나도 속으로 한마디 내뱉는다.
사실 가리산은 하루에 하기엔 너무 짧아서 결국 도마치봉을 거쳐 도마치 고개를 넘어 화학산 줄기로 내려가거나 국망봉을 올라 경기의 최대폭포인 무주채폭포를 지나 적목리로 하산하면 적당하리라 생각해본다.
신로봉을 지나 이제부터 조금씩 가파라지며 고도가 높아지니 가득이나 지쳐있는 나는 더욱 힘이 들어지기 시작했다. 남은 거리가 2-3km에 불과하지만 남아 있는 봉우리에 높낮이의 편차가 조금씩 커지는 관계로 오르는 산 지형은 흔히 말하는 깔딱고개를 형성하여 국망봉은 그곳을 오르고 있는 나의 마지막 힘을 시험하는 듯 하였다.
마침내 마지막 힘을 다해 국망봉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니 이제껏 애써왔던 모든 고행이 다 사라지는 듯 하였다.
내게 있어서 근 10여년이 지나 오른 국망봉은 궁예가 자신의 수도가 불에 타오르며 망해가는 모습을 보며 통탄에 울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 만큼이나 그의 나라였고 수도였던 저멀리 철원평야를 바라보며 나름대로 감회에 젖어본다.
오후 5시경에 마지막 종점인 국망봉에 올랐으니 이제는 내려갈 지형과 시간을 걱정해야 했다. 적목리쪽에 비해 포천쪽으로는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형성하고 있는 국망봉은 겨울철에 내려가는 길이라 나름대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그럭저럭 능선을 내려와 임도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져서 어둠이 몰려왔다. 마지막 산자락을 내려와 휴향림 정문을 나서니 깜깜한 포천 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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