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를 하다보니 동절기가 다가오면서 일몰시간이 빨라지고, 산행위치가 수도권지역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통편도 힘들어져 산행계획 중에 시간이 자꾸 촉박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단 12월 들어서 잠시 기맥종주를 멈추고 내년 3월에 다시 재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하튼 이번 주부터는 산행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하여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상봉버스터미널에서 6시 25분 양덕원행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7시 50분경 양덕원에 도착하여 상창고개를 오르는 유치리행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8시 20분이어서 일단 음식점이 많은 뒷길로 가서 아침식사를 하였다.
느릿하게 시골마을을 지나가는 버스에서 마을 풍경을 바라보니 구름한점 없는 날씨에 편안한 시골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정류소 중간에 몇몇 군부대가 있어 많은 사병들이 이른 아침부터 어딜 가는지 버스에 올라타기도 한다.
8시 50분. 버스에서 내려 지난 주 야간산행을 하며 힘들게 내려왔던 길을 담담한 마음으로 한번 올려다 보고 삼마치고개를 향해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가을 아침산행이 늘 그렇듯이 차가운 바람속에 화사한 햇살은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얕은 능선을 넘으니 임도가 나오고 다시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 산줄기에 올라 붙어 약 1시간 남짓 진행을 하니 삼마치 고개가 나타났다. 삼마치 고개는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정상적인 국도노릇을 했던 길이라 아직도 아스팔트 상태와 배수시설등 도로시설이 양호해서 차량도 간혹 지나다니곤 했다. 내가 고갯마루에 내려 다시 절개지를 오를 땐 어떤 자전거 동호인이 홀로 그곳까지 라이딩을 하며 올라 잠시 쉬고 있는 듯 보였다.
< 오음산 오르는 길중에서 >
삼마치 고개를 지나 오음산을 향한 산행길은 약 1시간 가량은 평범한 산행이었으나 그 후는 70도 이상 가파른 일명 '깔딱고개'가 1시간 내내 이어졌다. 더구나 경사가 심한 상태에서 수북히 쌓인 낙엽은 대략 발목에서 무릎까지 올라 가파른 길을 오르는 상황에서 생각치도 않은 낙엽을 밀어내야 하는 '러셀'작업과 미끄러움으로 인해 오전부터 체력이 많이 지쳐야만 하였다.
그러나 험한 산일수록 내려보이는 산아래 정경은 그만인 것처럼 오음산 정상 바로 아래 봉우리에서 쉬며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아주 일품이었다. 더구나 지금까지 지나왔던 한강기맥이 저멀리 용문산부터 희미하게 펼쳐 있어 지나온 길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어 기분을 무척 좋게 하였다.
< 지나온 한강기맥 산군들>
산을 오를때 바로 앞에 누군가 산을 오른 흔적이 있어 계속 으아하게 생각하며 올라왔는데 올랐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내려온다는 한 등산객을 이곳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오음산(930.4)정상넘어 다음 봉우리에는 군부대가 있어 '민간인 통제' 경고판을 설치해 놓았는데 기맥 산길이 이 곳을 지나고 있어 일단 경고문구를 무시하고 용문산에서 그랬듯이 군부대 철조망을 옆에 끼고 산봉우리를 도는데 여러 곳에서 10-20미터 절벽을 있어 스릴을 느끼게 한다. 약 20여분에 걸쳐 군부대를 통과하니 마지막 지점엔 지뢰설치 경고문도 있어 괜시리 마음을 움찔거리게 한다.
철조망을 지나 왼쪽으로 급격하게 돌아서니 군부대 정문인 듯 보였고 이곳에서 역시 민간인 경고문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경계를 서는 병사 2명이 잡담을 나누다가 내가 나타나니 느닷없는 등산객을 보고 그들도 잠시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사병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정문을 지나 능선를 따르는 군작전 도로를 따라 30여분 이어지다가 도로가 계곡쪽으로 향한 곳에서 다시 절개지를 올라 능선을 오르니 수북히 덮힌 낙엽으로 인해 능선은 길의 흔적이 모두 사라진 듯 보였다.
작은 삼마치고개 아래로 터널을 뚫어 지나다니는 춘천과 대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가 아래에 보이는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요란한 차량소리를 들으면서 12시 40분경 산 중턱에서 점심을 한 후, 작은 삼마치를 향하여 산을 내려선다.
이곳부턴 한동안 사람들이 오고가지 않았는지 희미한 능선길에 수북히 쌓인 낙엽으로 인해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원래 능선을 벗어나 산길을 헤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의 작은 삼마치고개만을 생각하며 무심결에 동쪽 방면 능선아래로 향하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산줄기에 정신을 차려 주변지형을 살펴보니 정상적인 산길은 북쪽을 향하다가 역ㄱ자로 꺽여지는 것을 깨닫고 다시 힘들게 산길에 올라선다.
작은 삼마치를 향하는 산행길은 몹시 가파른 내리막길인데다가 쌓여진 낙엽으로 인해 마치 놀이터의 미끄럼틀을 타듯 가파른 낙엽길을 미끄러지며 중간중간 나무를 잡아가면서 내려섰다.
74년에 군부대 모 공병단에 의해 개설된 작은 삼마치고개는 바로 아래 터널로 지나다니는 중앙고속도로로 인해 이미 폐도가 되어 잡초만이 무성하였고 아마도 도로를 개설한 공병단이 세워놓은 듯한 건립비만이 쓸쓸하게 가끔씩 지나다니는 등산객을 맞이하는 듯 하였다.
13시 30분경 작은 삼마치 절개면을 올라 지도상 741.1봉을 향해 능선을 오르는데 지도상에선 전혀 예상치 않았던 가파른 길에 당혹감이 느껴졌다. 지도상에선 능선을 오르면 일단 평범하게 741.1봉을 향하는 것으로 등고선이 표기가 되어있으나 실제는 오르막이 심한 능선과 선명하지 않은 산길, 그리고 두터운 낙엽으로 인해 곳곳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지도에서 추정한 산행시간보다 1.5배이상 지체되는 듯 하였다.
1시간 30여분을 고군분투하며 올라 앞에 741.1봉을 바라보며 고도계와 지도를 살펴보니 640미터를 가리키는데, 일몰시간을 17시 30분으로 예정하며 쉬지않고 산행을 진행한다해도 앞으로 2시간 30분동안 오늘의 목적지인 응곡산을 넘어 개고개까진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일단 지도를 놓고 산행이 지체되었을 경우에 탈출로를 찾아보니 응곡산 못미쳐 산행진행로 오른쪽에 좌운리가 적당할 것 같았다. 좌운리는 산골이지만 홍천행 버스 종점이 있는 마을이라 귀경에도 크게 무리가 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단 일몰시 탈출계획을 생각하며 741.1봉을 올라 응곡산을 향한 능선을 내려서자니 더욱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능선길이 시간을 지체시킬 수 밖에 없는 암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울며격자식으로 일단 가파른 능선길에 도봉산 릿지등반정도는 아니지만 암릉길을 40여분 오르내리니 다시 평범한 산행길이 이어진다.
16시 30분경 좌운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고도 700봉에서 잠시 쉬며 저멀리 보이는 응곡산넘어 개고개지점을 바라보니 한숨이 나온다. 일단 예상치 못했던 오음산 가파른 깔딱고개와 군부대 철조망길, 그리고 작은 삼마치를 지나 741.1봉 넘어 암릉길을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을 달래면서 응곡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내려서 임도에 내려오니 시간이 정확히 1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해질무렵 예상치 않았던 마을로 내려서는 마음은 한편으론 한가롭고 편안하기도 하였다. 일단 임도를 따라 산을 내려오다가 다시 임도를 버리고 작은 능선을 따라 내려서니 산골의 외딴집들이 나타나고 이곳저곳에선 멍멍이들이 난리가 났다.
해가 이미 져버린 저녁무렵 깜깜해진 산골에서 저녁준비를 하느랴 하얀 연기를 뿜어대는 시골집들을 보며 지나가자니 평생 도시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이러한 평화로운 풍경에 넋을 잃고 카메라 한방에 담아보려 시도를 한다.
< 좌운리 산골마을 풍경 >
어두워졌으니 자고 가라는 아직도 옛날 풋풋한 시골의 향기가 묻어있는 아주머니들의 인사를 뒤로하고 홍천행 버스가 온다는 장소에 도착을 하니 18시 20분. 근처 가정집같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19시에 출발하는 홍천행 버스를 타고 홍천 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하여 20시 20분에 상봉동행 버스를 타며 한강기맥 5구간을 미완으로 마감했다. 끝.
발자취 : 상창고개 - 삼마치고개 - 오음산 - 작은 삼마치고개 - 741.1봉 - 임도
일 자 : 2006년 11월 25일 (토) 8시50분 - 17시 (8시간10분)
날 씨 : 맑고 대체로 쌀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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