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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의 영화 - 스탠리와 아이리스(stanley & iris)

by 우둥불 2022. 1. 29.


1990년대 초기에 국내에서는 비디오로만 출시되었던 1990년에 미국에서 제작되었던 "스탠리와 아이리스(stanley & iris)"는 '마틴 리트' 감독의 유작으로, 감독은 이 작품이 나온 해에 안타깝게도 사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미국 할리우드의 여자 배우인 '제인 폰다'가 50대 나이에 들어서 영화계의 첫 번째 은퇴를 선언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었던 작품이기도 한데, 그녀는 그 후 15년 후인 2005년에 "퍼펙트 웨딩"이란 영화로 영화계에 다시 복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미국에서 개봉하자마자 그냥 묻혀버린 작품이 되었는데, 전반적으로 좋은 작품이었지만 비수기에 개봉을 하여 흥행성적도 좋지 않았고, 또한 대중들의 눈에 화려하게 띌만한 내용이 아닌 서민들의 잔잔한 삶과 사랑의 이야기로서 언론에서도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야 작품으로 재평가를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1990년에 "늑대와 춤을"이 서부극의 부활을 알렸고, "나홀로 집에"가 홈드라마로서 역사상 대이변을 일으키면서 영화 산업을 뒤흔들었으며, 1989년에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시작된 로맨틱 코미디 열풍은 "귀여운 여인"이 제대로 방점을 찍어줬기 때문에 그 외에 많은 성공작을 기대해 볼 만한 작품들이 개봉 당시의 반응이 밋밋할 정도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미국 할리우드의 남자 배우인 '로버트 드니로'의 멜로 연기를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작품 중에 하나였지만, 이 영화가 나왔던 1990년대는 '로버트 드니로'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여러 작품에 출연하여 "좋은 친구들"은 물론 오스카 남우주연 후보에 올랐던 "사랑의 기적"같은 화제작들이 쟁쟁하게 앞서 있기에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그늘에 가려진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로버트 드니로'는 이 작품에서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고, '제인 폰다'와의 연기 호흡도 자연스럽게 다가와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동질감을 갖게 하는 마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자신에게 고백이라도 할까 싶어 초조한 '아이리스(제인 폰다역)'의 기대와 달리 글을 가르쳐달라고 말하는 게 입안에서만 맴도는 '스탠리(로버트 드니로역)'의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제인 폰다의 섬세한 감정연기는 어느 영화에서도 항상 대본 이상의 것을 표현해내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녀의 풍부한 표현력과 인물과의 동화됨은 감동적인 순간을 여러 번 만들어내곤 합니다.

 

 

여주인공 '아이리스'가 근무하는 빵공장 퇴근 모습

 

 

빵공장 내에서 작업하는 장면

 

 

신발 수리점에서 최대한 치수를 늘린 신발을 신는 장면

 


영화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남편과 사별한 지 얼마 안 된 중년 여자로서 비슷한 연배의 글을 모르는 문맹인 남자에게 글을 가르쳐주면서 정이 싹트고 사랑의 결실로 맺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멜로드라마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과 주연배우의 이름값에서 기대할 수 있을 만큼 당시의 미국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배경으로 실감 있게 구현하면서 중년 남녀의 새 출발이라는 관점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음악은 '존 윌리암스'의 잔잔한 것을 배경으로 '스탠리'와 '아이리스'의 영화 속의 삶을 은은히 느끼게끔 하여줍니다.

 

 

 

'아이리스'가 소매치기를 당한 후에 '스탠리'를 알게된 상태에서 퇴근 시간에 '아이리스'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집으로 가는 장면

 

 

공동세탁소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

 

 

두 주인공이 벤취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

 


특히 이 영화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빵 공장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노동에 지친 주인공과 그들의 일상은 물론 주변부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서 그 배경을 현실적으로 느끼게끔 보여주는 중심적인 요소가 됩니다. 

 

 

 

실직으로 직장을 잃은 '스탠리'가 생활고로 인하여 결국 아버지를 국가가 운영하는 요양원으로 모시는 장면

 


감독은 영화 속에서 흔히 보이는 하층민의 일상생활을 물 흐르듯 유연하게 뽑아 가난을 미화하지 않는데 즉, 집안에는 세탁기가 없어 공동세탁소에서 동전을 집어넣고 빨래를 해야 하는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빨래방에서 만나 세탁기가 돌아가는 걸 기다리면서 공원에서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며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는 것과 그리고 서로의 궁핍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물론 구둣방에서 싸구려 낡은 구두를 늘려 신는 여주인공의 모습과 배차간격이 긴 퇴근길의 버스를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노심초사하는 모습 등 블루칼라 계급의 사랑과 일상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간결하게 엮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 역시 과도함을 피하면서 솔직하고 적극적이지만, 노골적이지는 않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표현할 것은 다 표현하면서 그 결과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이 지혜로운 여유와 깊이의 순수한 감동을 느끼게끔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스탠리'에게 공부의 동기부여를 하게 하는 '아이리스'

 

 

집에서 '스탠리'에게 글자를 가르쳐주는 '아이리스'



영화 속에서 남편을 잃은 지 8개월이 된 '아이리스(제인 폰다역)'는 남편이 죽고 난 후에 아직 학교를 다니는 두 남매와 함께 재산을 탕진하여 잠시 얹혀사는 그녀의 철없는 여동생과 실직자인 여동생의 남편을 부양하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급여가 나오는 빵공장의 생산직으로 고단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중년 여성입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부부관계가 돈독하여 작은 행복을 머금으며 살았지만, 이제는 먹고사는 것도 힘들어 죽은 남편을 생각할 겨를도 없는 팍팍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스탠리'가 '아이리스'의 아들인 '리차드'와 대화를 하며 공원 산책을 하는 장면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버스 안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아이리스'를 '스탠리(로버트 드니로역)'가 도와주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스탠리는 빵공장 사내식당의 주방에서 조리와 식판을 담당하고 있었던 비슷한 연배의 독신남이었는데, 그 후로 둘은 직장에서 혹은 퇴근길에서도 같이 하면서 우정을 쌓습니다. 그러다 우연치 않은 계기로 '스탠리'가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스탠리는 글을 못 읽는 이유로 빵공장에서 해고가 됩니다. 

 

 

 

'아이리스'의 집안 일을 도와주고 있는 '스탠리'



결국 글을 모르는 스탠리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생계형 노동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는 동네 화장실 청소는 물론 선착순으로 배치되는 일용직 노동일로 전전하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그렇게 벌어서 팔순이 넘은 아버지를 부양하기는 불가능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아버지를 요양원에 맡기고 돈을 벌어서 다시 모시러 오겠다고 약속하고 주말에 아버지를 찾아가는 것으로 자식의 노릇을 하였지만, 결국 노환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소식을 글을 읽지 못해 아버지의 죽음을 바로 알지 못했고, 또한 아버지의 사망신고서에 아버지 이름 알파벳도 적지 못하는 자신의 무지함에 자괴감을 느끼게 됩니다. 성실하기는 하지만 글을 몰라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였던 '스탠리'는 결국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인연이 된 '아이리스'에게 용기를 내어 비 오는 퇴근길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글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거리의 표기를 보면서 길을 찾는 테스트를 하는 '스탠리'



'아이리스'는 먹고사는 것도 힘들고 시간이 없지만, 일단 본인도 외로운 상태에서 '스탠리'에게 호감을 느꼈던 터라 그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녀의 집에서 글을 가르칩니다. 며칠 후에 글을 얼마나 아는지 시험을 하기 위해 '아이리스'가 적어준 약도를 보고 '스탠리'가 '아이리스'를 찾는 '길 찾는 테스트'를 하였는데, 아직 글을 읽는 것이 서투른 '스탠리'는 결국 길을 잃어버리고 그 일로 인하여 상처를 받아 글을 배우는 것을 포기합니다. 그 후로 미안한 마음을 가진 '아이리스'는 '스탠리'의 거주지를 찾아가는데, 거기서 '스탠리'가 남다르게 새로운 기계를 만드는 비범한 재주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놀라움을 갖게 됩니다. 

 

 

 

'스탠리'의 거주지를 찾은 '아이리스'는 기계를 만드는 '스탠리' 재능에 놀라움을 나타냅니다.

 

 

'스탠리'의 안경낀 모습에 '아이리스'가 순간적으로 반하는 장면

 

 

'스탠리'가 그동안 배웠던 글을 쓰고 있는 장면

 


'아이리스'가 일하는 빵공장 생산직은 사람 손으로 빵을 만들어 담고 포장하는 재래식 시스템인데, '스탠리'가 집에서 혼자 발명해낸 기계는 원격조정으로 돌아가는 자동 급속 빵 냉각기였던 것이었습니다. '스탠리'는 자기 만의 상상과 남는 시간에서 고안해낸 기계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동네에서 태어나 그 동네에 있는 빵 공장을 평생 다니며 평범하게 사는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사는 '아이리스'에게는 '스탠리'의 상상력과 잠재된 삶이 누구보다 생기 있고 주체적인 삶으로 보였고, 따라서 그에게 남다른 신선한 활력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리스'가 이제껏 잊지못하던 남편을 마음 속에서 떠나 보내고 '스탠리'를 받아 들이는 장면

 


'스탠리'가 만든 기계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보고 특허권에 대하여 제안을 하였지만, 글을 모르는 '스탠리'는 특허를 따내는 과정에서 자존심은 물론 일이 그릇 칠까 봐 피하고 있었는데, '스탠리'에게서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한 '아이리스'는 다시 '스탠리'에게 글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스탠리'도 적극적으로 글을 배울 자세로 임하고 글과 함께 '스탠리'는 '아이리스'의 가족과도 가까워집니다.

 

 

 

'스탠리'의 낡은 외투를 벗게 하고 '아이리스'의 전 남편이 입었던 외투를 꺼내 입혀주는 장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스탠리'는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그가 만든 발명품으로 '디트로이트'시로 진출하게 되면서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스탠리'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기약과 함께 헤어지게 됩니다. 그 후로 '아이리스'는 여전히 공장에서 빵을 담는 여공으로 살아가고, 사생아를 낳은 그녀의 딸도 결국 학업을 중단하고 그 공장의 여공으로 변화가 없는 삶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스탠리'가 도서관에서 책을 꺼내들고 시끄럽게 읽고 이를 '아이리스'가 환호를 보내는 장면



그런데 '아이리스'에게 편지로 자신의 소식을 계속 알렸던 '스탠리'는 자기 사무실과 함께 만족스러운 연봉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옵니다. '아이리스'는 그런 '스탠리'가 그립고 보고 싶지만, 자신은 가난한 데다 부양해야 할 애가 둘에 또 딸이 사고를 쳐서 낳은 손주까지 셋을 부양해야 한다는 현실 때문에 그러한 표현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스탠리'는 '아이리스'를 사랑하고 그녀의 은덕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스탠리'가 자신의 기계제작으로 디트로이트에 취업에 성공하여 공항을 떠나기 전에 '아이리스'와 작별의 키스를 하는 장면

 


글을 몰라 운전면허증도 취득할 수 없었던 '스탠리'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가운전으로 차를 몰고 '아이리스'를 찾아옵니다. 여기에서 '스탠리'의 자가운전은 이전의 삶과는 다른 현재의 삶에 자신감을 얻고, 자신에게는 다른 세계였던 현실을 완벽히 적응하였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인간의 의지와 인연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주며, 여기에 덧붙여 겸손과 도덕성을 함께 하여 영화 속의 여주인공인 '아이리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벅찬 감동을 주게 됩니다. 

 

 

 

'아이리스'가 식품을 사들고 길을 건널 때 '스탠리'가 자가운전으로 '아이리스'를 뒤따라 오는 장면

 


이렇듯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예측하기 쉽고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드라마이지만, 그러나 감독의 주관이 확실하게 묻어 나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멜로로 표방을 했지만, 그의 주된 관심은 현실적인 삶으로 그 속에서 안정된 삶을 찾아가는 평범한 하층계급의 힘든 삶을 관조적 시선으로 펼쳐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리스'가 '스탠리'의 차에 올라타서 오래간만에 만남으로 행복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

 


한편으로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계몽적인 성격을 띤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보편적인 배움의 통로를 놓치거나 포기했을 때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놓는가를 보여주면서 배움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배움의 통로를 비껴갔을 경우 뒤늦은 나이에 접근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난감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이겨냈을 때 얻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영화 속에서 '스탠리'의 발전과정을 통해 균형 있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화 중반에 '아이리스'의 큰 딸은 아직 학교도 졸업 못한 상태에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애를 낳고 학교에서의 눈치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아이리스'가 일하는 공장의 여공으로 취업을 해서 엄마를 놀라게 합니다. 이 장면에서 '아이리스'는 딸에게 "여기로 들어오면 더 나아진 삶을 살 수 없다는 걸 모르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이 영화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