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날이었지만 맑게 개인 동쪽 하늘에서 햇살이 따갑게 비추기 시작한다.
베란다 방향이 남동향이기에 겨울일출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 우리집은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해돋이 집이 아닌가 싶다.
얕은 산머리위로 동그라한 해가 떠오르며 나뭇가지 사이를 교묘하게 비켜나며 베란다 창문으로 비춰지는 햇살은 너무도 강렬해서 항상 겨울에는 커텐을 치게 되는데, 오늘은 창문을 활짝열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서울 근교에 나서니 들판에는 겨울맞이를 하는 풍경이 얼싸하게 눈에 들어오고 저멀리 산허리에는 찬기운에 산안개가 흐릿하게 피어오르며 산을 둘러싸고 있다.
길을 지나는 객으로서는 자그마한 풍경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이기에 하늘과 수목과 집과 땅과 조화롭게 이루고 있는 광경을 잡아 한 컷 찍어올린다.
고갯마루에 들어서니 밤새 내린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객을 반기는 듯 하다.
구불구불거리며 산등성을 오르는 산길은 너무도 정감이 들어서 추운 겨울날씨를 잊게 해준다.
자동차 길이 아닌 순수한 걸음길에서 사람의 흔적은 인간의 외로움 그 자체로서 인간의 인생길의 그 모습과 흡사함을 느낀다.
고갯마루에 올라서 구불구불내려서는 고갯길은 마음마져 평안을 느끼게 해주는 안식처와 같다.
새재길을 넘어서서 세정사 계곡으로 들어서니 계곡옆으로 난 차도가 흔적을 나타낸다.
저멀리 푸른 하늘 아래 새재고개가 그 흔적을 보여준다.
세정사 오름길에 돌담길은 스산한 바람과 더불어 그 운치를 강하게 빛나게 한다.
계곡이 워낙 기온이 낮어서 밤새 흘려놓은 물줄기가 마치 조각가가 만들어 놓은 얼음작품을 연상시켜준다.
운길사역을 앞두고 바라본 운길산에 푸른 하늘이 청량한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