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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활동/등산

한강기맥 7구간 : 화방이고개에서 먼드리재까지

by 우둥불 2007. 5. 22.

홍천에 도착하여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8시 40분 출발 좌운리행 시내버스로 이번 구간 출발지점인 화방이고개까지 대략 2-30여분이 추정되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버스가 동면을 지나는 중에 샛길에서 멈추지 않고 튀어나오던 승합차와 접촉사고를 내는 바람에 약 30분간 지체되어 화방이 고갯마루에 도착을 하니 9시 40분이 되었다.

 

급한 마음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고갯마루 약수터에서 1리터 물통에 물을 채우고 집에서 가져온 0.5리터 수통을 같이 챙기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능선 초입에 있는 고추밭을 지나고  무덤가를 지나면서 숨이 차오기 시작하는데, 지난 번 산행을 한 후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몸 관리를 하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어쩐지 오늘 산행이 예상보다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힘겹게 산마루에 올라서니 각시붓꽃이 활짝 핀 모습으로 이 외로운 산객을 반겨주는 듯하여 다시 힘을 내어 보기로 한다.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인 700봉을 올라 한숨을 쉬고,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또 한 봉우리를 올라서니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약간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가는 길 정면으로 길게 뻗은 산줄기가 667.9봉을 이루어 주능선으로 보였는데, 실제 한강기맥 주능선은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꺽으며 내려서야 했기 때문이다.

  

잡목을 헤치고 어설픈 산길을 따라 10여분 내려서니 임도가 나왔는데 지도상에 표기된 임도 사거리는 아닌 듯 했다. 절개지를 어렵사리 내려서 주변상황을 살펴보고 독도를 해보니 임도 사거리 쪽 능선을 지나쳐 내려온 듯 하여 임도를 따라 약 5분간 올랐더니 임도 사거리가 넓게 펼쳐 보인다. 

 

다음 산행지인 대학산은 동쪽으로 정 방향에 위치해 있었기에  동북 방향으로 나있는 임도를 살펴보니 절개지를 오르는 산길이 보였고 앞서 오른 등산객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임도에서 가파른 산길을 올라 능선에 올라서니 대학산을 오르는 능선길이 뚜렷하게 들어오고  주변 숲속엔 온통 은방울과 둥글래 천지이다. 은방울꽃의 귀여운 모습과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능선 길을 오르는 마음은 가히 신선이 된 듯하다.

 

 

 

 

비교적 가파른 길이 없이 대학산(876.4) 정상에 오르니 앞서 오른 발자국 주인공인 한 쌍의 부부가 정상에서 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화방이 마을로 원점회귀산행을 한다는 부부와 산행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바쁜 마음에 작별인사를 하고 먼저 대학산을 내려서니 11시 30분경이다.   

 

대학산을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길보단 가파라서 많이 조심해야 했다. 좀 전에 만났던 부부가 내려갈 예정인 십자 갈림길에 내려서니 지도상엔 뚜렷하게 표기된 십자로의 갈림길이었지만 실제는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서인지 산길이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다. 다음 산행지인 900봉을 오르기 위해 능선 길을 오르다 보니 연세가 들어 보임직한 한 무리의 등산객을 만나 인사를 하고 한동안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5월 중순이라는 시기에 맞춰 사람의 때가 타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주변 환경이 마치 숲 속에 동화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능선 상에 계속 피어있는 둥글래와 은방울꽃의 향기를 맡으며 오른 900봉 정상엔 헬기장이 있고 다시 남동쪽으로 약간 틀어 봉우리를 내려서니 시장기가 들기 시작했다. 900봉을 내려와서 매발톱꽃과 노랑제비꽃이 만발한 중턱 넓은 동화 속 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하니 꽃에 너무 취했는지 식사량을 평소 절반만 했는데도 더 이상 음식 먹기가 싫어진다.

 

다시 짐을 꾸리고 산행 길을 나서 또 다른 900봉을 넘고 완만한 능선 길을 진행하다가 913.9봉에 못 미쳐 남쪽 발교산을 향하는 3갈래 갈림길 부근에서 뜨거운 햇빛을 피하려 하듯이 북사면으로 진행된 산행길에서 중견크기에 족제비인 듯한 짐승이 50여 미터 앞에서 모습을 보이더니 계곡 쪽으로 쏜살같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약간은 조심스럽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숲이 살아있는 이러한 곳에 내가 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음 908.2 봉우리를 넘어 이번 구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수리봉(959.6)을 향하려 정동쪽으로 다시 산행 길을 돌린다. 그 다음 850정도의 봉우리를 넘어서 수리봉을 오르기 전 730m 골로 내려서는데 이때부터 조금씩 체력이 뒤처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골에서 수리봉까지 약 230여m에 고도를  높이는데 조금씩 발길이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오름길 중간에 쉬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 가파른 오름길을 힘들게 올라 수리봉 전 봉우리인 930봉에 올라 수리봉을 바라보며 다시 기운을 내어 정상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후 3시에 수리봉(959.6) 정상에 올라서니 모 산악회에서 나무판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새겨놓은 수리봉이란 푯말이 눈에 들어오니 오랫만에 보는 사람의 흔적에 반가움이 앞선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침반과 고도계, 지도를 꺼내 놓고 가야할 방향과 주변상황을 판단해보니 남쪽으로 횡성군 봉명리라는 마을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한강기맥 산세를 잇는 여무재 고개를 넘어 710봉인 듯한 봉우리가 보이는데 그 너머가 오늘에 최종 목적지인 먼드리재 고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산행지점 언제부턴가 능선 길에서 횡성 방향으로 철가닥으로 엮은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철선이 계속 따라 붙었는데 아마도 외진 산속에 자연산 약초를 보호하려고 동네사람들이 설치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들었다.

 

수리봉에서 가파른 산길을 내려 약 30여분이 지난 시점에 600m 지점에서 시장기가 시작되어 먹다 남은 점심을 꺼내 먹기 시작했는데, 마침 횡성 쪽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잠시 꿀맛같은 휴식을 가졌본다. 하지만  물통에 물이 고갈된 상태라 앞으로 여러 악조건을 맞이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일단 여무재를 내려서면 비교적 지금까지 지나왔던 산세보단 낮은 봉우리인 620봉과 710봉만 넘어서면 된다는 기대감을 갖고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횡성군 봉명리와 홍천군 서석면 청량리와 연결된 옛 고개인 여무재에 도착하였는데 생각보다 고갯길이 뚜렷하지가 않아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없었는 듯 보였다.

 

여무재에서 쉴 틈도 없이 다시 산기슭에 올라붙어 이 산행에 최종 목적지인 먼드리재를 향해 마지막 봉우리를 올라서려하니 산세가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산을 자세히 살펴보니 가파른 산세가 높은 암봉을 이루고 있어 오르는 산길이 아슬하기만 한데 일단 620봉에 올라 710봉을 바라보니 기분이 더욱 으시시함을 느끼게 한다.

 

잠시 봉우리 중간지점에 내려서 710봉을 오르는 길에 커다란 암봉이 앞을 막아서는데 우회길을 찾아보려하니 우회길도 그리 만만치가 않는 듯 하다. 일단 70도 경사에 가파른 경사를 내려서 다시 가파른 길을 오르는데 워낙 많이 지쳐있는 몸 상태에서 자칫하면 가파른 저 아래 경사로 수십미터는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정신을 바싹 차리고 계속 전진을 하니 이번엔  최종 봉우리인 듯한 암봉이 다시 앞을 가라 막고 서는데  다행이 암봉과 암봉 사이에 가파른 오름길이 뚜렷하게 보여 마지막 젖 먹던 힘을 발휘하여 정상에 오르니 한숨이 돌려진다.

 

 

 

시간을 보니 원래 계획했던 산행마감시간인 오후 4시 30분이 이미 지나서 4시 40분이 되었다. 710봉 정상에서 다시 V자 방향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정상을 내려서는데 내려서는 길목이 지금까지 내려섰던 어느 내리막 보다 가파른 길이라 무척 조심스러워 진다. 약 15분 정도 아슬아슬한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다시 편안한 산행길이 이어지고 그동안 그렇게 기다렸던 먼드리재를 오르내리는 차량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탈진을 한 상태로 몸 가누기가 많이 힘이 들어 마지막 오르내리는 작은 산길 조차도 마냥 주저 않고 싶은 마음뿐인데, 그렇게 약 30여분을 무아지경 상태로 진행하다보니 어느 지점에서 산길을 가로막는 철망이 보이고 그 철망 옆으로 내리막길이 보이는데 바로 최종 목적지인 먼드리재로 내려가는 길목인 듯 하였다.            

 

약 10여분을 내려 먼드리재 고갯마루에 내려서 시간을 보니 오후 5시 30분이다. 원주에서 오후 3시 30분에 출발해서 서석면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지나간 상황에서 원주에서 다음 버스인 오후 5시 30분 발 버스를 기다리기엔 시각이 너무 길어서, 일단 7km거리인 서석을 향해 아스팔트 위를 걷기 시작하는데, 힘이 빠진 상태에서 걷기가 힘이들어 지나가는 자동차에 도움을 청해보지만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는 야박함에 차량 도움은 기대하지 말아야 했다.

 

약 2km를 걸어오는 중에 1톤 화물 차량이 다행히 차를 세워주는 바람에 적재함에 몸을 싣고 1시간이 넘게 걸린 거리를 약 10여 분만에 서석에 도착을 한 후, 너무 고마운 마음에 50대 운전자 분에게 몇 번을 인사를 하고 버스 정류장에 오니 바로 오후 6시 발 홍천행 버스가 있어 한강기맥의 구간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발자취 : 화방이고개 - 임도사거리 - 대학산(876.4) - 수리봉(959.6) - 710봉 - 먼드리재

일   자 : 2007년 5월 20일 (일)  9시40분 - 17시30분 (7시간50분)

날   씨 : 약간 흐리고 맑음(산행하기에 좋은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