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에서 지역 시내버스인 청량리행 버스가 08:50분에 출발을 하여 작년 10월15일에 산행 후, 힘겹게 걸어내려오던 버스회기점이자 종점인 청량2리(동두촌)에 20여분만에 도착을 하였다. 나와 함께 두사람의 버스 손님 중 한사람이었던 동네 한 아주머니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얼마 전까지 버스가 다니지 않았을 때는 서석까지 아낙들이 애기를 업고서 장을 보러 걸어다녔다고 하니 정말로 오지중에 오지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을 한다.
산에서 내려오면 자신의 집에 한번 들르라는 아주머니와 작별인사를 건네고 약 5분정도 올라가니 산행시작점인 775봉아래 눈에 익은 계곡과 별장같은 농촌주택이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15일에 힘들게 내려오다 반갑게 맞이했던 그 장소였기 때문이다.
일단 산행 전에 지형에 익숙해지기 위해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독도를 한 후, 배낭을 추스리고 계곡 길을 찾아 산행을 시작하니 산행 초기부터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금낭화가 반갑게 반겨준다.
가파른 계곡 길을 오르는 중에 초여름을 맞이하여 수목들이 무성하게 자라 시야확보가 잘 안되는가 했는데, 산행시작 약 5분 만에 무릎아래 높이로 산길 주변에 인위적으로 짤라 놓은 나무줄기를 그대로 치고 나가다 부상을 당하게 되어 절뚝거리다 주저않아서 바지 가랑이를 걷어보니 생각보다 상처가 큰 듯 싶어 그대로 산행을 진행해야 할지 갈등이 생겼지만 일단 주능선까지 올라보기로 한다.
계곡길을 오르면서 작년산행에서 이곳을 내려오면서 길을 잊어버려 무대뽀 하산했던 기억 등을 생각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호우가 시작되면 주변지형이 변화가 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약 30여분만에 주능선에 올라서 고도계를 보니 700m를 나타낸다. 일단 휴식을 취하면서 작년 10월에 심신이 지쳐 이곳에서 산행을 중단하고 내려서던 기억을 되살려 보니 감회가 새삼스럽다.
9시 45분. 한강기맥 9구간 산행을 다시 시작하면서 800봉을 향해 발길을 차며 오르기 시작했는데, 산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지역이어서 산행길이 별로 좋지 않다. 수풀이 무성한 숲길을 헤치며 걸어가는 중에 오늘 산행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것은 일단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과 그리고 짙은 숲길이라서 진행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진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혹시나마 있을 야생 동물과의 조우 등도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9구간 산행에 대해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 산행을 겪어보니 지금까지 한강기맥을 해오면서 가졌던 어느 곳보다 최고의 긴장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았는데, 산행 중에 뒤를 자주 돌아보는 행위나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에 행위가 그 실례인 듯 하다.
산행은 육상 400미터 트랙을 돌듯이 동쪽에서 남쪽을 향해 비스듬히 돌고 있어 지도를 참고하지 않으면 자칫 잘못된 길로 향하고 있지 않는가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와 중에 800봉에서 잠깐 쉬고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959봉을 향해 힘차게 오르고 있는데 다친 왼쪽 종아리가 투정을 부리듯 통증이 느껴지는데, 더구나 산행 중에 축구경기에서 수비수가 태클을 걸듯이 키작은 나무가짓들이 불편한 종아리를 차 데는데 그때마다 통증이 짜릿짜릿하다.
959봉에서는 진행 방향이 정남쪽을 향하며 2구간 용문산를 지날 때 잠시 1000m를 넘어본 이후로 오랫만에 본격적인 1000m 고지로 들어서는 길목에 서게 되는데, 진행방향 앞으로 1000봉에 이어서 1031봉이 장대하게 서있다. 힘들게 1000봉에 올라서 다시 내려가는 듯 하더니 다시 힘들게 고도 50여m를 올라 1031봉에 도착을 하니 제법 평평한 봉우리가 세갈래 갈림길을 만들어 왼쪽으로는 한강기맥 종주길이고 오른쪽으로는 봉복산(1019m)가는 길인데 이제부터 산길이 정동쪽으로 향하면서 제법 확실한 등산로를 나타내며 등산객이 제법 다닌 길로 보이기 시작한다.
산길은 느슨하게 한동안 이어지며 다음 봉우리가 숲길사이로 보이는데 1080봉의 오름길이 다시 시작된다. 산길이 처음 오를 때 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마음속에 긴장감은 아직 풀리지 않은 듯 숨을 가쁘게 쉬며 가능한 빠른 걸음으로 1080봉 근처에 오르니 어디선가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깜짝 놀란다. 주변을 조심스레 살피며 1080봉 정상에 오르니 오른쪽에서 굵은 남자 목소리와 함께 한쌍의 등산객을 만났는데 생각치 않은 등산객 출몰로 한편으론 놀랐지만 무척 반가움이 앞선다.
남자 등산객과 산행에 대해 잠시 얘기를 나누다 인사를 하고 헤어져 1080봉을 넘어 내려오다가 11시 40분경 점심용으로 가져온 김밥 3줄 중 1줄을 꺼내 먹고, 오늘 산행중에 두번째로 높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암봉인 1140봉을 지나는데, 비좁은 산길에 커다란 2-3개의 암봉을 우회하는 길이라 좀처럼 위험하면서도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그래도 암봉 주변으로 야생화인 큰앵초와 금낭화가 화려하게 수를 놓고 있어 힘든 산행중에 잠시나마 기분전환이 되는 듯 하였다.
<큰앵초>
<금낭화>
암봉지대를 지나니 산세가 평평해지면서 동남향 방향으로 터진 1000m고지의 고원지형이 나타났는데, 야생동물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가 동시에 주변에서 동물 특유의 노린내가 나더니 결국 얼마가지 않아 15m 전방에 잡목을 밟는 발자욱 소리가 산길 진행방향 90도 방향으로 나서 사람인 나를 피해가는 야생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떤 야생동물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조심스레 그 지역을 빠져나와야 했는데, 더구나 홀로 산행 중이라 더욱 긴장이 되었다.
오른쪽으로 1148.2봉을 끼면서 동북쪽 방향으로 빠른 걸음으로 진행해 나가니 이 산세에 마지막 봉우리인 1040봉이 끝점으로 계곡너머 1196봉이 보이고 그 앞으로 골을 따라 나있는 구목령을 향하는 임도가 보였다. 산길은 정북쪽으로 꺽어 급히 내리막을 형성하였고, 좁다란 능선을 따라 난 산길은 양쪽 모두 급한 경사를 이루는 데다 키작은 나무들이 산길을 막고 있어 온몸을 조아리며 진행을 하여야 했다.
한동안 조아리며 가던 길이 다시 느긋해지더니 진행방향 왼쪽에 구목령과 서석쪽 방면이 연결된 임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후 구목령에 다달을 쯤에 한무리에 남녀가 트럭을 내려서 잡담을 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모두가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니 나물을 캐러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내가 홀로 산행을 한다는 것을 알더니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오랫만에 보는 사람들이라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산중에 온 목적이 서로 다른 입장이라 대화 진전이 없을 것 같고 또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재빨리 다음 산을 향해 절개면을 오르기 시작했다.
< 단목령 임도>
시간이 14시를 지나는 즈음에 다음 산봉우리는 1120봉인데 오르는 도중에 더덕잎이 눈에 띄어 한뿌리를 캐니 1-2년생 쯤 된 듯 하여 몇 뿌리를 더 캐 볼 욕심으로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능선에 올라서 헬기장을 지나고 나무 그늘에 들어가 쉬고 있을 즈음, 주변에 하얀 은방울꽃과 풀솜대(지장보살)가 눈에 띄는데, 주변에 온통 은방울꽃 천지이다. 힘든 와중에도 이렇듯 도시에서 보기힘든 어여쁜 야생화들을 보노라면 마치 총각 때 어여쁜 처녀를 만난듯 기쁜마음에 힘이 솓는 듯 하였다.
<은방울꽃>
<풀솜대/지장보살>
산중에서 어여쁜 처녀를 보고 힘이 솓아오른 총각(?)은 온 힘을 다해 1120봉을 넘어 이번 산행 중에 가장 높은 봉우리인 1191.8봉을 향하는 중에 나물캐는 처녀가 아닌 나물캐는 두명의 아주머니를 보게 되었다. 이런 깊은 산중에 여자 2명이 커다란 보따리를 이고 올라와 나물을 캐는 것을 보노라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급한 마음에 눈인사만 나누고 재빨리 지나친다.
어찌 되었던 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산행초/중반에 긴장했던 마음은 조금씩 누그러 졌는데, 다시 1191.9봉 바로 전에 부자지간 인듯한 두명의 남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그 중 50대 아들이라는 사람은 자신을 약초캐는 심마니라 소개를 하며 산행이 끝나면 서석면내에 있는 자신의 집에 와서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고 하였는데, 이 글이 그 심마니 분께 알려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산행 종료 후 너무 힘들고 바쁜 나머지 아무 연락을 하지 못하고 그냥 올라오게 된 것에 대해 이 글을 통해 그 분께 사과의 글을 올리고자 한다.
이번 산행 중에 최고의 정점인 1191.8봉에 올랐지만 뭐 특별난 이정표가 있는 산도 아닌 잡목만 무성한 심심한 산이라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나머지 음식을 꺼내 먹고 지도를 보고 오르내릴 봉우리가 몇개나 남았는지 세어보니 낮은 봉우리까지 합친다면 약 5개정도를 오르내려야 했다. 그래도 이번산행은 물과
먹을 것을 적당히 준비한 관계로 먼저 7구간 산행만큼 체력이 떨어질 형편은 아니었는데, 문제는 무수한 나무가지에 긁힌 양쪽 종아리와 주변 몸이 아리고 쓰린 상태라 그리 안정스런 산행은 아니었다.
다음 봉우리인 1140봉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변 조망이 다른 산에 비해 아주 좋았다. 오늘 산행을 처음 시작한 775봉 골도 보였고 그 뒤로 운무산이 험악스럽게 솓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나쳐온 산줄기가 현란하게 보였는 데 그러니 약간에 성취감이 생기면서 그나마 마지막 힘이 솓아오른다.
< 775봉(중간작은 봉우리)>
오늘 최종 목적지인 장곡현까지 군데군데 가파른 구간도 있었지만 여태까지 지나온 산행과는 다르게 느슨한 능선길로 이어져 어찌보면 지리할 정도로 느슨한 산행이 1시간 내내 이어졌는데, 마침내 16시 45분 장곡현 임도 절개지로 떨어지며 오늘의 목적지에 도달하였다.
그런데 다음 구간때 오를 산행지점을 찾아 보니 임도가 불발현쪽으로 계속 이어진듯 산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게된다. 아무튼 이젠 산행마감시점에서 귀성을 하기위해 시내버스를 타야하는 장골마을 입구까지 내려가는 것이 문제였다. 지도상에선 임도를 따라 계속가면 생곡리 곡죽동쪽으로 가게 되지만 시간상 많이 걸릴 듯 하여 일단 옛 산길을 찾아 장골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찾으려 했다.
임도에서 이쪽 저쪽을 찾다가 마침내 17시 경에 옛 산길 입구를 찾아 내려서는데 산길의 흔적을 찾아 한동안 잘 내려가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길에서 능선을 따라가다 독도를 잘못하여 길의 흔적이 없는 계곡으로 빠져버렸다.
어차피 계곡을 따라가면 마을로 내려가는 골이라 길없는 골이나마 힘겹게 약 20여분을 내려서니 합류된 중간계곡이 나왔다. 다시 계곡에 디딤돌을 징검다리 삼아 이리저리 디디며 약 20여분 내려서니 계류가 커지면서 계류옆으로 사람의 흔적이 보인다. 그 흔적을 따라 내려오면서 중간중간 사라져 버린 발자욱을 추정을 해가며 찾다가 마침내 작은 능선을 올라서니 조금 전에 능선에서 잊어버린 듯한 옛 산길이 나왔다.
긴장했던 마음을 추스리고 한숨을 내쉬며 시간을 보니 벌써 18시가 가까워 졌다. 홍천행 시외버스는 18시10분경에 장골마을 입구를 지나기 때문에 일단 포기를 하고, 19시 20분 시내버스에 기대를 하고 부지런히 산길을 따라 내려서니 차가 다닐정도로 넓은 비포장 도로가 나오는데, 한동안 사람이 살았을 듯
한 텃밭과 함께 빈집이 보이는데 저녁 햇살에 비춰져 쓸쓸한 풍경이 베어나온다.
<빈농가 : 수십년은 살았을 이 집의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얼마 전까지 농사를 지었던 흔적인 검은색 비닐이 아직도 밭을 덮고 있었는데... 그 밭과 비어있는 집 주인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맥없이 걸어내려오다가 마을을 들어서니 낮선 방문객에 마을 사람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것을 느끼면서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 도착하니 18시 45분이다.
느긋하게 마을입구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19시 25분이 되어도 올 기미가 없는 버스가 야속하기만 하다. 서석정류장에 전화를 하니 아마도 차가 고장이 나서 연착을 하는 모양이라고 하니 아이쿠 두(頭)야!
그나마 차를 갖고와서 서석면내에 세워두었길래 다행이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으로 왔다면 오늘 내로 귀성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서석까지 걸어볼 생각으로 발을 내딛는데, 이때 아들녀석이 전화로 언제오냐고 한다. 아들녀석에게 최대한 슬픈 목소리로 버스가 끊겨 언제갈지 모르겠다하니 아들
녀석도 '아이쿠' 한다.
약 15분 걸었나 싶은데 승합차가 내옆에 서서 창문을 내리더니 운전자가 웃으면서 타라고 한다. 얼른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서석에 도착을 하니 정확히 19시 50분이다. 몇번이고 태워준 운전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내 차에 올라 한숨을 쉬며 오늘의 고행스런 산행을 마감했음을 스스로 느껴본다. 끝.
발자취 : 775봉 - 1031봉 - 1040봉 - 구목령 - 1191.8봉 - 장곡현
일 자 : 2007년 6월 2일 (토) 9시45분 - 16시45분 (7시간)
날 씨 : 맑고 무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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