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지 대략 8~9년이 지났습니다만,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자전거를 타다보면 항상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과 부상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는 것이 예사인데, 급기야 저도 그러한 자전거 사고를 내고야 말았습니다.
사실 올해 들어서 자전거 라이딩의 예감이 좋지 않아, 가능한 하드 트레일의 라이딩을 피하고 가벼운 산악 임도 이하의 라이딩을 해야겠다는 다소 안일하고 자만스러운 마음을 가졌었는데, 산악 임도에서 결코 가벼운 라이딩이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결국 그러한 자만스러운 마음 자세가 스스로 제 얼굴에 침 뱉기 식이 되어 그 위험을 고스란히 받게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4월의 강원도 춘천 부근의 산림지대에서 임도 내리막길에서 얼굴을 맞받아치는 바람이 불편하여 흘러내린 목 두건을 입까지 끌어올리려 핸들에서 한 손을 놓고 끌어올리는 순간 핸들이 뒤틀어지면서 왼편으로 나동그라지고 옆으로 누운 채로 자전거와 함께 임도 바닥을 약 5~10미터 끌려가야만 했습니다.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워낙 순간적으로 발생한 일이라 자전거에서 미처 뛰어내릴 겨를도 없이 사고를 당해야만 했습니다.
119 구급대에 의하여 춘천의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X-레이와 CT 사진을 찍어 보니 왼쪽 어깨관절 2군데, 갈비뼈 2대가 골절이 되는 불상사를 겪어야 했는데, 의사 소견으로는 골절된 갈비뼈 2대는 다행스럽게도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아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이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붙여지길 기다려야 하지만, 어깨 관절은 그대로 놔두면 기형적으로 붙여져 평생 어깨 통증을 갖고 살게 되므로 철심을 박는 수술을 진행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장기간 치료를 해야 하므로 주거지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권장하였습니다.
119 구급대에서 운송 중에 아내에게 연락을 취하여 두어 시간 만에 놀라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병원에 들어서는 아내를 보면서 나는 흔한 자전거 사고라고 아내를 안정시키고 병원에서 시행한 응급처치와 함께 엄청 강하게 처방된 진통제를 받고서 일단 집으로 귀가하였습니다.
막상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서니 골절 부위에 고통스러운 통증은 물론 또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지 복잡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때 마침 큰 아들의 지인이 어깨치료만 전문으로 하는 정형외과에서 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하여 연락을 취하여 진료예약을 하고, 다음 날 나의 주거지인 별내 신도시에서 다소 멀 수도 있는 강남구청역 주변의 자리한 개인 전문병원으로서는 다소 큰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병원에 들어서니 병원 벽에는 온통 야구선수나 스포츠 선수와 관련된 사진이 도배된 것이 특이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입원을 하여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이곳에 입원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곳은 개인병원이지만, 어깨 수술로는 권위를 인정받은 원장이 집도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략 2010년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했던 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부상을 치료하고, 특히 야구 국가대표의 팀 닥터를 역임하기도 하여 이쪽 분야에서는 꽤 알려진 의사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록 개인병원일지라도 오후가 되면, 작지도 않은 병원 대기실에 병원을 찾는 사람으로 인하여 인산인해를 이루어 요즘의 코로나 시대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개인 전문병원이 대형 종합병원보다 좋은 점은 병원 운영이 경색되어 있지 않아 의료진을 수시로 만나 좀 더 근접하게 보호를 받는 듯 한 느낌이 들고, 또한 특정 부위만 진료하는 곳이니 만큼, 모르는 것을 의료진에게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바로 답이 나오니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여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니 그 기분은 뭔가 좋지 않을 것을 해야 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처럼 썩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골절된 왼쪽 어깨와 갈비뼈로 인하여 움직임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특히 잠자리에 누울 때나 일어날 때 그리고 누웠을 때 골절된 어깨 부위가 침대 바닥으로부터 압박을 받으니 그 고통이 가장 힘이 들었습니다.
간호사로 인하여 혈압체크와 함께 여러 테스트를 하고 정맥주사를 놓고 수액을 맞게 되니 드디어 나는 이제부터는 환자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쇠막대에 매달린 두세 개의 수액은 이 병원을 나갈 때까지 어디든 따라다니는 정말로 불편한 존재였는데, 그러한 수액은 ‘이제부터는 너는 나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라고 경멸을 하는 듯 협박을 하는 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수술 전날 밤은 깊은 잠으로 인하여 긴장감을 완화시키는데 다소 도움이 되었는데, 수술시간이 점심시간 이후로 예약되어 간밤에 단잠을 자고 난 그 이후로 수술을 기다리는 오전의 시간은 오히려 긴장감이 더하여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시간이 되어 간호사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는 마음이랄까 약간은 두려운 그 마음은 결국 전신 마취로 인하여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이 잊어버리는 장면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흔들어 깨우는 기분이 들어 눈을 뜨니 깊은 잠에서 깬 상태로 병실이었고, 옆에는 큰 아들 녀석이 씩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마취가 풀리고 몸의 모든 감각이 돌아오니 그에 비례하여 돌아온 통증은 2차의 고통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무통주사가 계속 들어오고 있었으나, 그것으로는 수술부위에 통증을 감당하지는 못하는 듯하였습니다.. 그래도 며칠 동안 금식을 하다가 그날 저녁에 밥에 가까운 죽과 함께 몇 가지의 찬이 왜 그리 반가웠는지 모르겠더군요.
이제부터는 한쪽 손을 쓰지 못하니 정상일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모든 일상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밥을 먹을 때는 물론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누울 때, 그리고 손을 씻고 세수하고 머리를 감는 일, 또 옷을 갈아입는 일이나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해야 할 때 등 그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따라서 이때쯤이 되면 몸이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축복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도 이렇듯 누군가에게는 몹시 바라는 갈망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휴대폰을 열어 주변에 염려해 주던 많은 분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골절된 부위로 인하여 당분간 라이딩은 물론 일상생활이 힘들 것이라 생각을 막연하게 하는데, 지인에게서 생각지도 않은 얘기가 분명하게 들려오더군요....
‘수술은 아무것도 아니고 재활이 진짜 시작이야’, ‘너무 아파서 모든 것이 진짜 고통이야’
병원 원장이 다음 날 퇴원하라는 얘기와 함께 맞고 있던 수액을 떼고 자유로운 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였으나, 뼈가 어느 정도 붙기 전까지는 옆구리에 달고 다녀야 하는 가방 같은 보조기를 2주간 달고 다녀야 했기에 완전한 해방은 되지 못하였습니다. 물리치료사에게서 제3의 고통이 시작되는 재활방법을 배우고 병원에서 제공한 재활기기를 갖고 약간의 허탈감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일상생활을 시작하는데,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쓰지 못하니 다행스럽게 생각하여야 하나, 모든 것을 한 손으로만 해결해야 했기에 몹시 불편하였습니다. 특히 자기 몸을 씻을 때 절대 닦을 수 없는 오른쪽의 대다수 신체부위로 인하여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면 나중에는 반은 희고 반은 검은 아수라 백작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실없이 웃게 되더군요..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느닷없이 당한 중상이었지만, 같이 했던 동료가 빠른 조치를 치러 주었기에 빠른 시간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 이렇듯 PC 앞에 앉아 온전하게 타이핑을 치며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같이 했던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나의 사고로 인한 중상과 치료 그리고 재활기로 인한 짧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내 삶에 있어서 존재하며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더 큰 사고로 인하여 더 큰 불행을 불러일으켜 그 남아있는 시간도 더 단축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다소 안도하면서 오늘도 고통스러운 재활운동을 이겨나면서 내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생각하며 글을 맺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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