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끝이 없이 진화를 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죽음’입니다. 죽음은 오래전부터 많은 권력자나 재력가들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많은 사례들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만 오늘날까지도 그 어떤 분야에서도 이것을 확실하게 규명하고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거나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인간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해소를 하기위한 대안으로써 종교로 부터 이 문제를 거론하고 해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은 고대의 종교부터 현재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에 이르기까지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세계를 설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불교에서 볼 수 있는 죽음 이후에 세계관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존재들의 세계를 여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인간이 중생으로써 지혜를 깨닫지 못하고 ‘붓다’가 되지 못하여 중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면, 현세의 삶에서 지은 선악의 행위 정도에 따라 천상계, 인간계, 축생계, 수라계, 아귀계, 지옥계의 여섯 가지 세상에 번갈아 태어나고 다시 죽음을 맞이한다는 육도윤회(六道輪廻)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무거운 죄를 지은 중생이 가는 곳이 지옥인데, 인간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다양하게 죄를 짓기 때문에 불교에서도 그러한 지옥을 매우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옥에 대하여 설명한 불교 경전이 매우 많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내용을 지닌 소설 같은 경전으로 ‘불설대목련경(佛說大目連經)’을 대표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설대목련경’은 지옥에 빠져 고통을 받고 있는 어머니를 구제하여 천상계에 태어나게 한다는 ‘목련존자’의 효(孝)가 주제가 됩니다. ‘불설대목련경’은 ‘우란분경’의 내용이 확대된 것인데, ‘우란분경’의 내용은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아귀계에서 구해내기 위하여 부처님의 말씀대로 백중날 과거 부처님께 재를 올려 어머니를 구해냈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되어 고려시대에도 선왕의 영가천도를 위하여 왕실에서도 ‘우란분재’를 베풀었고, 또한 고승을 불러 ‘불설대목련경’을 강의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기록되어 ‘우란분재’는 대중적인 행사로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불설대목련경’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목련은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명으로 신통력이 뛰어나서 ‘신통제일(神通第一)’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었습니다. 목련의 출가 전 속세의 이름은 나복(羅卜)이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삼년상을 치르고 해외로 나가 돈을 벌어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어머니도 돌아가셔서 다시 삼년상을 치르고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습니다. 승려가 되어 열심히 수행을 하여 신통력을 얻어 천상계를 살펴보고 아버지는 그곳에서 편안하게 계시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어머니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생전에 나복이 집을 떠나 있는 동안에 동물을 학대하여 죽이고, 승려들을 공양하지 않고 오히려 몽둥이를 휘두르며 쫒아버리는 등 악행을 저질러서 지옥에 떨어졌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목련존자가 그러한 어머니를 찾아 여러 지옥을 찾아다니게 되는데, 그러한 지옥에 끔찍하고 처참한 광경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좌대지옥(剉碓地獄)은 죄인들을 잘게 썰어 방아에 넣고 찧고 있는 끔찍한 장면을, 검수지옥(劍樹地獄)에서는 칼날이 서 있는 나무로 뒤덮여 손으로 칼나무를 잡으면 몸의 마디가 모두 베어지고, 발로 밟으면 사지가 모두 부서지는 장면이 묘사되고, 또한 석개지옥(石磕地獄)은 큰 돌 사이에 몸이 짓눌려 피와 살점이 흐트러지는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배고픔의 고통을 받는 아귀계와 뜨거운 잿물 속으로 밀려다니며 고통을 받는 회하지옥(灰河地獄), 옥졸이 창에 꿰인 죄인을 물이 끓는 가마솥에 넣고 있는 확탕지옥(鑊湯地獄)의 장면과 불구덩이에 태워지고 있는 화분지옥(火盆地獄), 그러다가 가장 큰 죄를 지은 아비지옥(阿鼻地獄) 앞에서 옥졸에게 끌려 나오는 어머니와 상봉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목련은 부처님께서 일러준 대로 재를 올리고, 등(燈)을 켜는 등의 공덕으로 어머니를 아귀계에서 축생계로 그리고 인간계에서 천상계로 단계별로 어머니를 구제한다는 내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부모은중경’과 함께 유교사상의 기본 개념인 ‘효’를 강조한 ‘불설대목련경(佛說大目連經)’은 중국에서 형성된 것으로 대중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위경(僞經)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불설대목련경’은 수십 종의 판종이 알려진 ‘부모은중경’에 비하여 10여 종 밖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알려진 판종 중에 1536년 연기사본이 가장 오래된 판본인데, 길지 않은 분량의 경전 안에 18장면의 판화 삽도가 포함되어 있고, 그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쳐낸 것처럼 거칠게 보이기도 하지만, 뻣뻣하고 직선적인 각선(刻線)과 직선이 만나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면에서 오히려 현대적인 미감을 발견할 수 있는 ‘경전변상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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