諸行無常一切空 卽是如來大圓覺 제행무상일체공 즉시여래대원각 :
모든 행이 무상하여 일체가 공하니 이는 곧 여래의 대원각이로다.
제행무상이란 나 자신과 일체의 움직임이 도(道)의 용(用)이 근본이 되어 일어남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 속에 여래의 무량한 자비가 깃들어 있으니 공(空)한 가운데 공하지 않음이 있게 된다. 그런데 이 속에서 내 영혼이 욕망을 따로 갖고 잠시도 쉬지 못하며 움직이니 전체적으로 천지자연은 질서 가운데 무질서, 무질서 가운데 질서를 이룬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무질서는 천지자연의 대도(大道)의 힘에 의해 가차없이 소멸되니 이른 바 중생의 고(苦)로서 욕망의 강제파괴이다. 그래서 평화로운 안팎의 질서를 위해 내 영혼의 움직임을 그치고 최종적으로는 그 욕망을 소멸시키기 위해 참선 등 온갖 수행을 하는 것이다. 욕망을 버리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영혼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멈추어져 뇌파가 안정되고 머리와 마음속이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적멸(寂滅)은 개별체로서의 영혼의 움직임이 영원히 사라지고 천지자연의 마음과 하나로 움직이는 상태를 일컫는다.
본래 일체공(一切空)이니 일체가 텅 비어서 부처도 악마도 중생도 그 어느 것도 일체 찾아볼 수 없다. 대우주에서 오로지 나 홀로 존재하니 이른 바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동시에 일체(一切)가 나와 한 몸, 즉 일체(一體)가 되어 있다. 이른 바 <색>과 <공>이 상대성을 넘어 일체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러니 따로 무엇을 찾고 보겠는가? 주관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고 동시에 주관과 상대적으로 있던 객관마저 떨어져 나가고 오로지 순수한 절대객관(絶對客觀)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때서야 비로소 일체평등을 깨닫게 된다. 일체존재가 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조금도 손댈 수 없는 목적임을 비로소 보고 스스로 알게 되니 무한한 존중이 갖추어진다. 여기서 비로소 사해일가(四海一家)를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된 것을 여래의 크고 원만한 깨달음이라고 말한다.
원(圓)은 모든 것을 골고루 평등하게 받아들이고 평등하게 내보낸다. 이때 가지게 되는 자비심이 바로 대자대비로서 이 차원에서는 중생을 구제한다거나 구제받는다는 것이 사라진다. 이른 바 구제가 없는 구제가 되는 것이다. 구제받는 쪽 입장에서도 역시 구제받음이 없는 구제받음, 은총받음이 없는 은총받음이 된다. 이것을 대도(大道)의 대용(大用)이라고 하니 대우주에서 더 이상 깊을 수 없는 관계이며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상호관계가 개체가 아니라 대우주 차원에서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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