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에 아이들이 노는 토요일과 겹쳐있어 주말이 다소 복잡하리라 예상하며 길을 나서는데 양평을 가로지르는 6번 도로를 가기위한 오빈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기위해 기다리는 차가 약 100여 미터를 줄서서 있는 것을 보니 주말 차량통행에 대해 다소 걱정스러워진다. 일단 오빈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양평 시내 쪽으로 직진을 하다가 양리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37번 도로를 따르다가 상평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여 도로와 합류를 하니 한결 수월하게 6번 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양평을 지나면 평소 때는 차량통행이 수월하여 120킬로 이상 속력을 내어 달릴 수 있었지만 평소 때보다 통행량이 많은 이즈음 중간 중간에 정속운전을 하는 차량덕분에 100킬로 미만의 속력으로 달리려 하니 좀처럼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나 안전운행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앞차와에 간격을 충분히 두었다가 옆 차선에 자리가 나면 추월을 하며 빠져나가기를 하며 진부령에 도착을 하니 다소 양호한 시간대인 약 2시간 30여분이 걸린 듯하다.
진부령에서 흘리 마을에 들어 가기위한 之의 고개를 넘어서니 아담한 마을에 스키장 스루프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에 들어서서 우회전을 하여 마을 끝까지 내려가다가 차량 한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농로 길로 좌회전을 한 후, 피망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를 지나 마을을 가로질러 계곡물이 흘러내려오는 흘리 계곡 입구에 차량을 주차를 한 후 오전 9시 45분경부터 계곡으로 산행준비를 시작한다.
<계곡 초입에 풍경들 >
흘리 계곡은 알프스리조트와 흘리 마을에서 본류가 시작되는 관계로 다른 계곡 수보다는 수질이 좋아보이진 않았으나 워낙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주변 경관은 천연자원 그대로를 간직한 듯 보였다. 또한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는 계곡 길은 마치 최초의 발자국을 내딛는 기분을 들게 하였으며, 계곡은 완만한 흐름을 유지하며 주변에 울긋불긋하게 오른 단풍과 맞춤형 절경을 이뤄내어 산행을 하는 산객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었다.
<계곡 중간에 단풍과 어우러진 풍경들>
< 계곡을 따라 난 작은 오솔 길>
계곡은 통행이 거의 없는 곳이라 중간에 길이 많이 끊겨있어서 계류 이쪽저쪽을 건너갔다 왔다하며 물을 건너며 약 30여분을 내려가니 큰 암반과 더불어 물이 크게 휘어져 내리는 곳에 도달하였는데, 이곳에서 독도를 하지 않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계류를 따라 그대로 내려갔다가 거의 40여분을 예상하지 못한 군사통제구역인 물굽이계곡 하류까지 내려가게 되었는데, 초행길로 여기에 오게 되면 그야말로 Y자로 만나는 흘리 계곡과 물굽이 계곡이 합류되는 이곳이 헷갈리게 하는 지형이므로 지형에 대해 충분히 습득을 하고 산행을 해야 할 것 같았다.
< 이곳부터는 통제구역인 군사보호구역 >
길이 거의 없는 계곡을 40여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니 생각치도 않는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는데 오후12시 40분을 지나 간식 몇 개를 꺼내 먹고 헷갈리게 했던 Y자 합류지역을 지나 물굽이 계곡으로 올라서는데 느닷없이 사람소리가 들려 놀라면서 암반에 올라서니 4~5명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곡 암반에 앉아 식사를 하며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일단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니 흘리 마을에 사는 이들은 버섯을 채취하러 왔다고 한다. 같이 식사나 하자고 하는데 예상했던 시간보다 약 1시간30분을 지체한 상태에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 이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계곡암반을 넘어선다.
이때까지도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조급한 마음에 계곡을 건너다가 이끼에 낀 암반에 미끄러져 허리까지 차는 계곡물에 빠져버렸다. 투덜거리며 재빨리 물에서 빠져나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바지 가랑이에 함께 물을 최대한 짜내니 흐린 날씨지만 그나마 많이 춥지 않은 기온이 등산을 포기할 정도는 되지 않았고 또한 다행스럽게도 카메라와 핸드폰이 배낭 상부에 넣어져서 손상을 입지 않은 것이었다. 몸을 추스르고 계곡을 오르며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독도를 해보니 남서쪽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예정했던 물굽이계곡 상류를 오르고 있음을 확인하며 편안한 마음을 갖고 마장터를 향해 빠른 걸음을 딛기 시작했다.
< 제 길을 찾아 들어선 계곡옆 오솔길 >
계곡길이 평평한 산책길을 가듯 편안해지며 키가 커다란 낮익은 낙엽송 숲이 나오고 계류를 건너 언덕을 올라서니 용대리쪽에서 올라 작은 새이령(소간령)을 넘어서는 길과 합류되는 낮익은 지역에 도달하였다. 이곳이 바로 마장터인데, 예전 속초 쪽에 사는 사람들이 말에 짐을 실어 내륙으로 들어올 때 새이령을 힘들게 넘어서 이곳에서 말을 쉬게 하였다는 곳으로 예전에는 20여 가구가 살고 있었다하는데 현재는 두가구만이 살고 있고 그나마 한가구는 상주하기보다는 외부사람들에게 상업적으로 대여해주는 듯 보였다.
< 키가 큰 낙엽송과 어우러진 오솔길 >
< 마장터 주변 단풍과 어우러진 계곡 >
아무튼 이 지역 지형은 사방으로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는 골짜기 속에 있는 평지로 외부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지형으로 마치 동화 속에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들이 살 듯한 곳으로 보이기도 하다.
< 마장터의 두가구 중 하나 - 통나무 다리를 건너 있는 움집이 이채롭다. >
마장터를 지나 계곡을 따라 약 40여분 오르면 해발 660미터의 새이령(대간령)에 오르게 되는데 가는 길 맞은편에서 여자등산객 두 명이 내려와서 인사를 하여 산행지를 물어보니 단체산행을 왔는데 신선봉을 넘어 화암사 계곡으로 갈 예정인데 일행과 떨어져 길을 잘못 들어 내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용대리 쪽 산행로를 알려주고 조심해 가라는 인사를 하고 다시 고갯길을 오르려 하니 어느 직장에서 단체로 온 듯한 수십 명의 사람들과 마주쳤는데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새를 보니 초보산행으로 보이는 이들의 지친 모습이 다소 안쓰러워 보인다.
< 새이령을 오르는 중에 군데군데 보이는 사람이 살았던 마을 터전 흔적들 >
오후 2시 30분경에 새이령에 올라서 옛 주막터에 앉아 라면하나를 끊여 식은 밥과 함께 점심을 때우고 마산봉을 향해 오르는데 이곳은 백두대간의 남한지역 마지막 코스로 880봉과 병풍바위봉으로 알려진 1060봉, 그리고 마산봉(1051.9봉)을 넘어서 흘리 마을로 떨어지는 코스이다. 예전 90년 초반에 태백산행 종주 때 오르고 나서 약 18여 년 만에 오르는 이곳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거의 두어 달 만에 하게 된 산행에서 이미 계곡에서 많이 지쳐있는 몸과 마음이 880봉의 오르막길이 제법 힘에 부치는 듯하였다.
< 새이령 정상부위에 옛주막터 흔적 >
< 옛 주막터에서 점심식사 중 >
< 지나온 계곡 - 저멀리 움푹 파진 곳이 마장터 >
< 운무에 가려있는 신선봉과 상봉 >
암반지대로 형성된 880봉을 올라서 잠시 쉰 다음 암봉을 끼고 옆으로 약 80여 미터를 내리선 다음 다시 1060봉을 젖 먹던 힘을 다해 오르기 시작한다. 1000미터가 넘는 산은 운무에 뒤덮여 가시거리가 약 20여 미터 뿐이 되지 않았는데 1000미터정도에 안부에 올라섰을 때 10여 미터 앞 고목 위에 황금색 빛에 빛나는 무언가가 눈에 뛰어 인기척을 내보니 그야말로 황금색에 빛나는 족제비인지 너구리인지 확인이 안 되었지만 재빨리 고목을 내려서서 90도 방향으로 뛰어가 버린다. 설악산지역을 다니며 족제비과 동물들을 수차례 보아 왔지만 이렇듯 황금색 털을 한 족제비형 동물을 본 것이 처음이라 조금 어리벙벙하다.
< 1060봉인 일명 병풍바위봉 일대 장관 >
놀란 마음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1060봉 일명 병풍바위봉에 올라서니 운무사이로 능선을 따라 바위가 병풍처럼 늘어진 것이 장관이다. 운무에 쌓여있는 봉우리에서 다소 늦어질까봐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45분이다. 느슨한 마음을 갖고 가파른 1060봉을 내리서 980미터 지대에서 한동안 평탄한 산길을 걷다가 다시 마산봉을 향해 느슨한 오르막길을 오르니 산행 안내판이 반겨준다. 마산봉에 올라 증명사진 한방을 찍고 알프스리조트를 향해 내리막길을 내리선다. 예전 90년 초에 태백산맥 종주를 할 때는 독도를 잘못하여 마산봉 북쪽 봉우리 끝까지 산행을 하고 내려서다가 동해 쪽으로 내려가는 계곡으로 잘못 내려서서 진부령 마지막 부위에서 엄청나게 고생을 했던 생각을 해본다.
< 마산봉에서 증명사진 한장 >
알프스스키장은 해발 6~700미터 지점에서 5~600미터 지점까지 슬루프가 되어있고, 가장 우측 슬루프를 따라 등산로가 형성되어 있는데, 현재에 산행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리조트가 한창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건설장비 엔진소리가 무척 시끄럽다.
오후 4시 20분경에 흘리 마을에 내려서서 시원한 물을 하나 사고자 그나마 한군데 밖에 없어 보이는 슈퍼마켓을 찾으니 문이 잠겨 있다. 흘리 마을을 가로질러 차를 주차해 놓은 곳까지 가는 길에 음식점이나 스키상점 등 모두가 아직 스키 철이 아니어서 인 듯 하나같이 문이 열려있는 곳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이곳 흘리라는 지역은 아마도 알프스 스키장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깊은 산속에 포근히 내려앉아있는 깊은 산중의 그림 같은 마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흘리에서 진부령으로 넘어오는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끝.
산행코스 : 흘리(알프스리조트) - 흘리계곡 - 물굽이계곡 - 마장터 - 새이령 - 병풍바위봉 - 마산봉 - 알프스리조트(흘리)
산행날짜 : 2009년 10월 24일(토)
산행시간 : 오전 9시45분 - 오후 4시15분 ( 약 6시간 30분 )
산행날씨 : 약간 흐리고 산중엔 짙은 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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