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산을 등정 예정으로 집결지인 팔당전철역을 출발해서 설악산 입구에 있는 옥녀탕휴게소에 차를 주차해놓고 택시를 불러 탑승하는 중에 언제왔는지 공원관리공단 직원이 다가와 산행지를 묻는다. 대충 얼버무리고 택시를 타고 한계령으로 향하여 산행 들머리인 자양6교에 도달해 차에서 내리니 어느새 관리공단차량이 좆아와서 공단직원과 다시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가리봉산 산행을 포기하고 다른 코스를 잡아야 했다.
결국 당초 8월 중순경에 오르려 마음먹었던 독주골이 생각이 났다. 날씨가 흐리고 부슬비가 조금씩 내리고는 있었지만 오후부터 맑아진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독주골 계곡상부에 위치한 독주폭포에 위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계곡은 그야말로 V자 계곡이기에 비가 올 때는 반드시 산행을 금지해야 한다.
오색에 들어서니 벌써 오전 10시가 넘어서고 있다. 일단 산행 시간을 8시간으로 예상하고 재빨리 오색등산로 입구를 출발하여 바로 왼쪽에서 내리치는 계곡수를 따라 산행길을 잡는다. 이 길은 본래 90년 이전만 하더라도 적지않은 산객들이 이용하던 등산로 였지만 오색 등산로가 워낙 유명세를 타고 확장되다보니 그 이후론 일반 등산객에겐 잊혀진 등산로가 되었고 더구나 관리공단에선 식수원 보호란 명목으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지역이 되어 일반등산객에겐 아예 잊어버린 등산로가 되었다.
독주골 산행을 해본 때가 90년대 초반이었기에 15년이상이 지난 현재 더구나 날씨도 좋지않은 상태에서 계곡을 오르려하니 조금은 부담이 되었지만 자주 올 수 없는 산이기에 다시한번 산행로를 답사한다는 마음으로 계곡에 들어선다.
<독주골 초입>
산행 초입부터 곳곳에 수해로 인해 지형이 변하여 그나마 미약한 흔적의 산행로가 사라져 난감해야 했는데 처음부터 길을 찾다가 계곡을 벗어나 605봉쪽으로 오르다 산행로가 막혀 다시 내려와 계곡으로 내려서며 예전 산행로 흔적을 찾아 산행을 진행하는데 계곡은 장마 중에 내렸던 비로 인해 계곡수는 그야말로 우렁찬 소리를 내며 하류쪽으로 내리 퍼붓는 장면을 연출한다.
<산친구님>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계곡에서 왼쪽 물줄기를 따라 약 1시간 정도를 오르니 본격적인 독주골에 V자 계곡 위용이 들어나기 시작하는데, 계곡 사면을 오르고 징검다리 돌을 이용하여 급류로 몰아치는 계곡을 몇번 왔다갔다 건너니 다시 편안한 옛 등산로가 나타나며 주변엔 청정지대에서만 자란다는 노랑망태버섯이 지천이다. 또한 야생 중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오소리를 몇미터 앞에서 보면서 그야말로 인적이 거의 없는 설악의 깊은 숲을 체험하면서 산행을 진행한다.
<망태버섯>
산행로는 거치른 계곡길과 어우러져 일반 사람들이 접근이 쉽지않음을 느끼게하는데, 급기야 급류를 건너다 몇년간 애지중지 갖고 다니던 스텐보냉병을 급류에 쓸려보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기도 한다.
약 2시간30여분을 계곡과 사투(?)를 벌이다 마침내 독주폭포 하단부에 도달하여 오래 전 부터 설치되어있던 부실한 철근 구조물을 잡고 탕을 올라서니 독주폭포 하단부 폭포가 장관을 이루며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쏟아내려지고 있었다. 우렁찬 폭포수의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 누구도 그 장관에 압도를 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더구나 조금씩 내리고 있는 부슬비와 더불어 운무에 가려진 폭포는 그 두려움을 배가 시키는 듯 하다.
<독주폭포 하단부위에 있는 탕 - 이곳을 넘어서야 독주골 하단폭포가 보인다>
하단부 폭포 옆으로 설치된 철근 구조물을 잡고 미끄러운 폭포옆 바위길을 어렵사리 기어올라 폭포 위로 올라서니 바로 앞에서 펼쳐진 본격적인 독주폭포에 위용이 들어나는데 약 50여미터 이상에서 내리퍼붓는 폭포는 반쯤은 운무에 가려져 상단부가 보이지 않아 더욱 그 위용과 경이함이 더한듯 보인다.
<독주폭포 하단폭포>
<폭포옆으로 오르고 있는 여의도바님>
<운무에 둘러싸인 독주폭포>
부슬비가 그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독주골의 V자 계곡을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폭포 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배낭을 열어 간식거리를 먹고 예전에는 비탈이 심한 너덜바위지대였지만 이젠 온통 잡목으로 덮여 너덜바위길로 변한 폭포 옆 비탈을 밀치며 100여미터 오르니 희미한 옛 등산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이곳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휴식을 취하고 서북능선 상에서 끝청 끝머리 능선을 오르기 위해 힘껏 발길을 내딛는데 역시 산행길이 많이 훼손되어서 여간해서 편안한 산행길이 되지 않는 듯 하다.
약 1000미터 고지 비탈진 능선길에서 양쪽으로 갈림길이 있었는데 오른쪽 길은 아마도 끝청으로 직접 오르는 능선길이거나 오색에서 오르는 길과 합류되는 약초꾼의 길로 판단이 들었는데 사실상 산행길이 희미해서 판단을 잘못해서 들었다간 조난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산행은 왼쪽길을 선택하여 계곡으로 내려서 독주폭포 상단부 계곡길을 건너는데 이곳도 수해로 많이 손상이 되어 90년대에 기억에 남아있던 그야말로 편안하게 쉬어가는 계곡길이 더 이상 아닌 듯 하였다.
계곡을 따라 약 1100미터 지점에 이르니 기억에는 남아있지않은 또 다시 물줄기가 갈라지는 곳에 도달하여 지도를 살펴보니 계곡 상류쪽에 마지막 남아있는 계곡이 갈리는 지역인 듯 보였다. 이곳부터는 서북능 본류가 연결되는 지대여서 점차적으로 완만한 능선이 형성되며 고산식물이 하나 둘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1200미터 지점에서 오후2시경에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서서히 능선을 오르니 능선저편에서 경계하는 듯한 멧돼지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들리운다. 마지막 젖먹던 힘을 다해서 마지막 깔닥고개를 오르니 서북능선 등산로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마침 한계령쪽에서 오르는 등산객 몇몇 사람들과 조우를 하며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니 잠시 원시세계에 빠졌다가 문명세계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오후 4시경에 끝청에 올라 배낭속에 남아있는 간식거리를 꺼내 먹으며 여유를 부리고 다시 중청을 지나 대피소에 이르러 휴식을 취하고 대청봉에 오르니 구름층이 아래로 보이며 저멀리 동해바다와 함께 사방으로 구름에 둘러싸인 산세가 선명하게 들어나 대청봉에 진수를 느끼해 한다.
<끝청에서>
<대청봉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쪽>
<대청봉에서 바라본 중청봉 일대>
<대청봉에서 미곰님과 함께>
대청봉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며 쉬다가 오색으로 내리서니 오후 7시40분경. 운무에 둘러싸인 한계령을 넘어서며 원래에 계획이었던 가리봉산을 등정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대신 힘들었던 독주골을 무사히 올랐다는 안도감을 뒤로한 채 귀경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끝.
산행날짜 : 2009년 7월 25일(토)산행시간 : 오전10시~오후7시30분산행코스 : 오색-독주골-독주폭포-서북능선-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오색산행인원 : 5인(산친구님, 나부코님, 여의도바님, 미곰님, 나)산행날씨 : 흐리고 부슬비가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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