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여행을 계획할 때 흔히하는 고민거리지만 여행은 시간제약과 계획없이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과 추억이 된다.
여행은 아무 때 언제든지 떠난다
사람들은 모두가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그래서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비로소 큰 마음을 먹고 여행 길을 나선다. 그러나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되고 바쁜 일정으로 쫓기듯 여행을 다녀오기에, 목숨을 걸듯이 여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름휴가철이 아닌 주말을 이용해 아무 계획 없이 그저 금요일 밤쯤에 출발해서 갈 만큼만 가고 다시 돌아와도 좋은 여행이 된다.
그리고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여행지가 즐비하다. 아무 작정하지 않고 가벼이 집을 나서도 좋다. 작정하고 떠나도 여행이고, 작정하지 않고 무작정 빈 가방으로 집을 나서도 여행이다. 아무데고 마음 가는 데로 집을 나서라. 빈 가방으로 떠나도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가슴 가득 충만해지는 것 또한 여행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장맛비가 퍼붓는 날이면 어떻고. 폭설이 와서 길이 막히면 또 어떤가. 달랑 우산하나 들고서 집 밖을 나서보자. 어떤 사진가는 비와 바람을 찍으러 산과 강을 넘는다. 풍경은 햇볕 쨍쨍한 날에 있는 것은 아니다. 비오는 날, 눈이 오는 날의 풍경은 그 자체가 감동적이어서 아주 특별함 감상을 준다.
느닷없이 시작된 낯선 풍경을 즐겨라. 어린 시절 느닷없이 내리는 눈발로 학교운동장을 달리며 가슴이 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지 않은가. 낯선 풍경의 감동이 더 오래 기억됨을 우리는 누구가 알고 있다.
길을 걸어라, 천천히 유유자적, 느리게
여행은 서두르지 말자.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지 마라. 바쁘게 달리던 것은 직장이나 일터에서 충분하지 아니한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길 곁에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유유자적 떠나라. 눈을 감고 앞 사람이 걷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도 좋고, 가다가 다리가 아프면 그저 쉬어도 그만이다. 길에 올라선 순간순간은 인생의 한 번뿐인 순간이며, 기억이다. 느리게 아주 천천히 길을 걸어라.
홀로 떠나라
여행은 본래 '나'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길 곁에 홀로 피어난 작은 꽃송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밤바다의 등대도 곧 나의 모습이다. 허허로운 벌판의 허수아비 또한 나의 모습이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 홀로 앉아 나무의 소리와 새소리, 바람의 속삭임을 들어보아라. 모두 한결같이 마음을 열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라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는 기분은 남다르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새벽에, 맨 처음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기쁨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다. 더 이상 오르지 못할 산 정상에 홀로 오롯하게 서 있는 기분은 말 그대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 길에서 여행자는 오로지 하나뿐이 자신을 만난다. 비로소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나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말걸기
여행길에 올라서면 낯선 사람과 풍경에게 말을 걸어라. 시골길을 덜컹대며 달리는 지루한 완행버스에 올라서면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낯선 할머니에게 말을 걸어라. 길물음을 할 때도 심신이 쇠한 촌부나 섬마을 색시에게 길을 물어라. 타인에게 말을 거는 재미를 즐겨라. 목적을 버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세상의 인심, 인생의 지혜도 묻고, 미래의 소망도 물어보라.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던 삶의 깊은 지혜를 얻을 지도 모른다.
길에서는 길 위의 말을 익혀라
모든 길에는 그 길의 언어가 존재한다. 또 삶은 그 길 곁의 작은 꽃 한 송이를 그대로 닮아있다. 우리네 말폼세나 몸짓, 살림살이는 모두 그 길과 한치의 차이도 없이 닮아 있다. 풍경은 삶을 담고, 삶이 풍경을 닮아 있는 것 또한 그러한 이유이다.
작은 수첩 하나를 들고 떠나라
출발에서 도착할 때까지, 틈만 나면 마음 가는 데로 여행의 감상을 적어라. 이제는 디지털카메라를 준비해도 좋다. 틀에 박힌 관광지 사진을 찍지 말고, 나를 찍고 내 이야기, 나의 속내를 주절주럴 기록해라. 사람이 담긴 풍경사진, 자신의 마음이 담긴 세상이 아름답다. 거울을 보듯이 세상속의 나의 의미를 충분히 바라보고,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수줍은 관찰자에서 벗어나라. 새로운 경험 속으로 몸을 내 던지고, 그 장소가 가진 특별한 이야기나 즐거움을 느끼고 표현하려 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라.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해가 뜨기 전부터, 해 질녘까지 걸어라
해가 뜨기 전, 해가 질 때에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빛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바로 해가 뜨고 나서 2시간 내외. 또 해가 지고 나서 1시간 정도가 최상의 시간대이다. 그 시간대의 자연풍광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여행을 단지 먹고 마시는 것에 익숙한 이들은 그러기에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고 만다.
가까운 곳에도 풍경은 늘 존재한다
여행의 테마가 반드시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 우리 이웃, 우리네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며, 그대로의 진솔한 이야기이다. 삶의 풍경을 돌아 보노라면, 그들의 모습에서 곧 '나'를 발견할 것이다. 사람 사는 게, 모두 다 한 가지다. 우리동네의 시장에도 삶의 풍경이 늘 존재한다.
우리의 풍경에는 음양이 존재한다
우리네 산과 강, 땅 그리고 삶의 풍속은 모두 음양으로 풀이 된다. 계집아이를 닮은 바다가 있는가 하면, 뚝심 좋은 남정네의 기백이 어린 산도 있다. 마을 입구에는 남정네의 힘찬 기운, 개울가에는 아낙네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네 모든 풍경은 음양의 이치로 해석한다면, 그 얼마나 흥미로운 여행인가.
낡은 수첩 속에 담긴 풍경
잊혀진 풍경, 사라져 가는 삶의 터는 우리네 자화상이다. 가난한 시절의 기억과 어릴 적에 바라본 풍경은 우리의 모습을 새롭게 반추할 수 있는 여행이다. 낡은 풍경에는 그 시대의 희노애락의 역사가 담겨 있다. 뒤를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걸을 수 있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문득 사는 게 버거워 질 때면, 한번쯤 나서도 좋은 길이다. 바쁘게 살아온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평상심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꾸듯 밤에 떠나라
꿈을 꾸듯 밤중에 집을 나서라. 12시 넘어서 출발하는 심야버스나, 야간열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남다르다. 도시의 야경을 벗어 던지고, 작은 별빛과 깜깜한 어둠의 풍경을 바라보고 달리는 감상만으로도 여행의 운치는 충분하다. 밤을 달려 도착한 여행지에서의 여명의 새벽 또한 꼭 경험해야 할 여행의 별미이다.
가족의 꿈을 쫓아가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향, 우리의 신혼여행지, 자녀탄생을 위한 여행 등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긴 여행지를 찾아가라. 그 여행지의 감회는 남다르며, 가족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전해준다. 지금 아버지와 어머니, 남편 또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길을 나서라.
상상 속의 길을 걷는 묘미
역사여행에서 여행가의 자유로운 상상이 필요하다. 부여에서는 낙화암의 3천궁녀의 모습을, 신라에서는 찬란한 밤의 문화, 서울의 고궁을 걸을 때에는 왕의 숨소리에 귀를 귀울인다. 역사탐방의 묘미는 그 시대를 그대로 상상하며 걷는 것이다. 천년을 넘어선 그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새벽 여행
세상이 눈을 뜨는 새벽에 길을 떠나라. 햇귀가 밝아오는 세상의 풍경은 하루 중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고 힘차며 감동적이다. 길이 막힐 염려도 없으며, 부지런하게 기지개를 켜는 자연의 섭리와 풍경에 감동한다. 동이 트는 아침을 맞아라.
충동적으로 가출하라
금요일 퇴근길이나, 부시시 일어난 주말 아침에 이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거든, 그대로 기차역이나, 터미널로 달려가도 좋다. 당일치기도 좋고, 1박2일, 무박의 여행이면 어떤가. 가끔 구겨진 양복차림으로 바닷가를 찾아 붉게 타오르는 아침해를 바라 본다면, 근사하지 아니한가. 심야버스를 타고 종착역에 내려서 갈 길을 모르면 또 어떤가. 아직 젊지 않은가. 자연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모든 이를 반겨준다. 길에서 만나 모든이는 그대를 포용하는 너른 가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마음이 동할 때, 지금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나 보자. 단, 언제든 한 번쯤은 무작정 떠날 수 있음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미리 귀뜸해 두는 것도 요령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여행이 제 맛이 난다
자가 승용차가 여행 길을 편한 여행으로 제공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자가용은 여행에서 잠재된 속박이 된다. 승용차를 벗어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자. 그 속박에서 벗어남이 어떤 것인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