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마등령까지 올랐다 러셀산행으론 인해 시간이 지체되어 중도 포기했던 겨울철 공룡능선을 올 겨울에 다시 등반을 하려 하였으나 아쉽게도 여러 사정으로 일정을 바꿔 한계령에서 대청봉 등반길에 오르게 되었다.
새벽 5시 45분경 서울을 출발한 차는 수월한 차량통행으로 인해 홍천을 1시간 15분 만에 지나게 되고 최근 홍천에서 원통까지 뚫린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르다가 아침식사를 하려고 인제에 들어서니 오전 8시경이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설악산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군생활을 했던 80년 당시 마장동에서 출발했던 버스가 인제를 지나 원통까지 가자면 5시간은 족히 걸리던 때와 비교를 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원통을 지나 한계령정상에 오르니 9시30분경.
동계산행을 위해 이것저것을 준비하다 한계령 출입통제소를 지나니 오전 10시경이다. 이곳은 생각보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재작년 공룡능선 산행과는 달리 심심하지는 않을 산행이 될 듯 보였다.
그리고 원통에서 한계령을 바라볼 때 정상부근이 구름층에 휩싸여 있어서 바람은 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맞아서 겨울 설악산치곤 아주 편안한 산행이 예상되었다.
만약 겨울철에 한계령일대가 파란 하늘을 내보인다면 열이면 팔구가 엄청난 바람이 부는 날이라 아주 매서운 설악산 등반이 된다는 것을 경험자로서 한 마디 올려본다.
그러나 10일전에 내린 눈은 등산로에 두텁게 얼어붙어서 아이젠 없이는 산행이 불가능하여 일찌감치 아이젠을 차고 능선을 올라야만 했다.
50분 만에 1300봉에 올라 잠시 쉬고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섰다가 능선을 향해 가파르게 오르는 오르막길에 예전 산을 다닐 때 샘터가 있어 서북능선 종주 때마다 중간 야영지로 쓰이던 이곳에 잠시 숨을 고른다.
그전에 이곳은 저녁이면 산행을 하던 야영객들이 하나 둘 모여 깊은 산중에 낭만을 느끼며 하룻밤을 지내던 곳 이었는데, 산사태 때문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자니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웬지 씁쓸한 기분이 느껴진다.
다시 힘을 내서 능선 길에 오르니 오전 11시 30분경.
오랫만에 오른 서북능선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왼쪽으론 귀때기청봉이 저 멀리 눈앞에 보이고 그 산줄기를 따라 정면으로 백운동계곡이 깊이 파묻혀 있으며, 그 건너편엔 용아장성능이 거친 이빨을 내보이며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몇 장의 사진을 담고 왼쪽 길을 따라 다음 봉우리인 끝청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능선 길을 따라 왼쪽으론 내설악 절경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론 점봉산과 저 멀리 뿌옇게 보이는 오대산줄기를 바라보며 3-4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30여분 만에 주변 전망이 좋은 1460봉에 올랐다.
자리를 차지하고 주저앉아 주변 전망을 바라보며 오랫만에 찾은 설악과 꿈의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하얀 능선에 올라붙는다.
서북능선에서 마지막 깔닥고개라 할 수 있는 끝청(1604)을 힘겹게 올라서니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잡담을 나누고 있다.
시간이 오후가 넘어 13시가 되니 시장기가 느껴져 배낭을 뒤져 간식을 입에 물고 다시 몇 장의 사진을 담고 중청대피소를 향해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13시 30분경이다.
대피소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어 한쪽에 자리를 잡고 오랫만에 사용해 보는 휘발유 버너를 이용하여 점심을 마치니 14시가 넘어선다.
대피소에서 바라보는 절경은 공룡능선과 더불어 천화대 부근 범봉이 이곳에 하이라이트였지만 안개에 둘러싸인 설악은 마치 부끄러운 처녀인 듯 오늘은 전혀 속살을 내비칠 뜻이 없는 듯 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청봉에 올라서니 생각보단 많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겨울치고는 대체로 따뜻한 날이었지만 1700미터가 넘는 고지대라 그런지 서있으면 추위가 느껴져서 오래 있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사람들이 빨리 내려서는 듯 하였다.
오색을 향해 내리막길을 내려서려 할 때 폐허가 된 예전 대청봉 대피소를 지나면서 숱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예전 대피소를 생각하며 잠시 걸음을 멈춘다.
대청에서 오색으로 내려오는 내리막길은 공원관리소에서 설치해 놓은 철계단 덕분에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었지만 반면에 자연스런 산행 길을 원하는 등산객에겐 여간 불편한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길을 내려선다.
지루한 철계단 길과 마지막엔 또 다른 지루한 돌계단을 지나 15시경에 대청봉에서 내려서기 시작했던 길이 오색에 도착하니 17시가 되었다.
오색에서 차를 세워놓은 한계령까지 버스를 타고 가뿐한 마음으로 올라서면서 2007년 겨울 설악산 산행을 가뿐히 마치고 서울을 향하였다. 끝.
발자취 : 한계령 - 서북능선 갈림길 - 1460봉 - 끝청 - 중청대피소 - 대청봉 - 오색
일 자 : 2007년 1월 20일 (토) 10시 - 17시 (7시간)
날 씨 : 맑으며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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